2011년 10월 11일 화요일

어머니가 주신 말씀

어제, 저희 교회 한 집사님의 아버님이 몇일 전에 한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께 위로의 글을 전하다가, 몇 년 전에,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제게 주신 몇가지 말씀을 떠올리며 적어봅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저를 너무도 사랑하신 분입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다 그러시겠지만, 저희 어머니는 유난하셨습니다. 지독한 편애라고 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저를 낳으시고, 제 남동생을 다시 잉태하셨답니다. 당대 최고라고 하는 역술인이 그 아이를 낳으면 집안에 재물은 끊이지 않으나, 저의 운을 갉아먹는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낙태수술을 하셨습니다.

제가 세살 때까지 어머니는 과장 조금 보태면, 화장실 가실 때를 제외하곤, 저를 내려놓지 않으셨답니다. 그런데 제가 다섯 살이 되어서 집 밖에 한번 나가더니, 그 날로부터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 있지를 않았다더군요. 저와 어머니의 관계의 전조를 볼 수 있었지요.

제가 국민학교 4학년 때, 전신의 관절을 움직일 수 없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에 걸렸는데, 지금도 불치병으로 알려진 그 병을 어머님이 고치셨습니다. 치료로 고치셨는지? 기도로 고치셨는지? 나중에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저희 어머니의 모든 벗어나는 행위는 제가 대단한 인물이 될 것으로 보셨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힘든 일을 겪게 되면서, 늘 두가지 죄책감 속에 사셨습니다. 첫째는 저의 운을 위해, 제 동생을 낙태시킨 것이고, 둘째는 저의 류마티스를 고치기 위해 저를 하나님의 종으로 바치겠다고 서원한 것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아니 저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서원한 사실 조차 알리지 않은 것입니다.

어머니의 모든 것은 제 것이었고, 우리 가족의 모든 것도 제 것이어야 했습니다. 때론 하나님 보다도 저를 중히 여기셨습니다. 제가 공부에 실패를 하고, 사업에 실패를 하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도 어머니는 제가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잘 못해도, 어머니는 당신이 제게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만 하셨습니다. 제 처에게도 모든 순간에 미안해 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은퇴하실 때, 여자로서는 꽤 많은 돈을 버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거처할 집 한칸 없으셨습니다. 수중에 돈 한푼 없이, 아니 저로 인한 빚만 가지신 체, 매형이 마련해 준 전세 아파트로 가시면서도 아무런 원망 없이 저 만을 생각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생할 아들을 생각하며 삶을 마치셨을 것입니다. 전화기를 통해서 제 음성을 들으며, 눈물을 삼키며 세상을 떠나셨을 것입니다. 당연히 아무 말 하실 수 없는, 아니 이미 듣지 조차 못하실 지 모르는 어머니에게 저는 20여분을 떠들어 댔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세가지 음성을 들었습니다. "아들아! 네가 그렇게 용서하라고 한, 누구, 누구 그리고 누구를 용서하지 않고 떠난다. 용서하려면 네가 용서하거라!" "네 이상한 기도 때문에 내가 2년 간이나 병상에 누워있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너도 나중에 한번 당해봐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나 저제나 네 모습을 그렸는데, 이제 마음 놓고 보고 싶을 때마다 너를 볼 수 있게 되었구나!" 하셨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어머니의 한 없는 사랑은, 평생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공로 마저 아들에게 넘겨주고 가셨습니다. 제가 전화할 때마다 용서하시라고, 그것만 하면 어머니의 삶은 성공적으로 마쳐진다고 아무리 외쳐도,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이미 그들에게 원망이 없고, 쉽게 그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을 것을 알고 계셨기에 자신을 그렇게 가시면서 제게 공을 넘겨주신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아마 십여년 전 쯤에 갑자기 이상한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한 2년간 병상에 누워계신 후에 돌아가시게 해달라구요. 제 의도는 그 2년 동안, 보고 싶은 모든 분들 만나고, 정리하실 모든 것들 정리하고, 그리고 제게 충분히 병구완 받으면서 돌아가겼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쓰러지셨을 때, 저는 막연하게 어머니가 2년 정도는 병상에 계실 것으로 느껴졌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2년 가까이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너도 당해보라고!"

그리고는 힘든 육신을 떠나, 제 곁으로 오셨습니다. 사진 속에서 저희 어머니는 항상 변함 없이 저를 향해 미소짓고 계십니다. 제가 잘못 살고 있을 때에도 제게 항상 미소지어 주시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잘 할께요!" 라고 말하면, 더욱 환하게 웃어주십니다.

제 삶의 모든 열매를, 비록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모두 어머니께 드립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 어머니의 기도, 어머니의 찬송을 떠올리며 힘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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