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4일 수요일

속상한 일일까요? 감사할 일일까요?

오늘은 참 만만치 않은 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돈 문제에 대해서 저는 충분한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얼마나 훈련을 받았나 하면요. 한국에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사업을 했는데, 그 사업한 기간 동안, 첫 1년과 1994년, 1995년을 제외하고는 내내 자금 문제에 시달렸었습니다. 특히 IMF 로 인해 주력회사가 그 다음 해인 1998년3월에 Bankrupt 했는데, 그때로부터 2003년 3월까지 5년 간은 상상도 못할 시달림을 받았었습니다.

새벽에 돈 해내라는 전화로 눈을 떴습니다. 제 주머니엔 돈 몇만원이 전부이고, 회사의 통장엔 끽해야 2~3천만원이 있는데,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 1~2억을 만들어야 했고, 개인채무를 위해서 몇백만원을 따로 빌리거나, 회사와 별도로 일을 해서 벌어야 했습니다. 개인 채무는 거의 대부분이 눈물과 함께 걸려왔습니다. 병원비, 아이 등록금, 쌀값, 전기세...2000년 봄부터 3년간은 그 무섭다는 해결사 까지 따라다녔습니다. 회사에 와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고, 집앞에서 가족을 위협하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고, 저를 공동묘지로 끌고 가서 묻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즐겨하는 것이 사람이 많은 호텔 로비 등에서 큰소리를 내며 소란을 피워서 제게 망신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5년 간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죽음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며 죽여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살았습니다.

분명히 도망온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도망쳐온 것이 되어버린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저는 물질적으로는 더이상 고통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다른 어떤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미국에서의 시련도 역시 금전적인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맨땅에 헤딩할 때에는 그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빚은 없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은 많았습니다. 열심히 쎄일즈를 하다가 점심도 못먹고 오후 2시 쯤에 훌러싱에 있게 됩니다. 수중엔 딱 $10 밖에 없는데, 차는 이미 주유등이 들어와서, 뉴저지까지 돌아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고, 점심을 못먹어서 배는 고프고, 더이상 뭔가 팔아 보겠다고 움직이는 것은 미련한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 상황에 처합니다. $10을 가지고 망신스럽지만 개스 $5 어치 넣고, 톨비 $4 내고 집에 가면 딱 되는 상황이죠. 에이! 그러지 말고 $5 로 김밥 한줄 사먹고, 톨비 안내는 퀸스보로브리지를 건널까? 아냐! 거리도 10마일은 족히 돌아가기도 하는 데다가, 길이 막히면 개스가 모자랄 수 있어... 아니 이렇게 겨우 집에 들어가면, 내일 아침에 와이프에게 개스비 $20 달라고 손을 벌려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까짓거, 배좀 고프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과감하게 $10 로 개스 채우고, 갈 수 있는 만큼 쎄일즈를 다니는 것이 좋겠다. 어떻게 되겠지 뭐 !!

당시에는 이런 상황들이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냐구요. 몇년 전에 비지니스를 하나 오픈 하려다가, 은행 론이 막히는 바람에 집사람과 제가 크레딧카드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어서 사고를 쳤습니다. 와이프 명의로 15개 정도의 크레딧카드 부채가 걸려 있고, 제 명의로 10개 정도가 걸려 있습니다. 몇건은 코트에 가있고, 나머지도 언제 코트에서 오라고 할 지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한 건은 얼마 전에 판결문을 보내면서, 통장과 재산에 대해 압류를 집행한다고 합니다. 돈은 여전히 벌리지 않습니다. 와이프는 언제나와 같이, 자기가 벌 만큼을 법니다. 저는 언제나와 같이 제가 벌어야 할 금액보다 아주 쪼금씩 모자라게 벌어들입니다. 항상 모자랍니다. 그런데다가 몇개의 크레딧카드의 부채는 조금씩이라도 나눠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미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몇번 받았기 때문에, 제 명의로 된 통장은 압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통장에 $1,000 이상이 있지 않으면 압류할 수 없는 것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와이프는 고정적인 급여를 받기 때문에 압류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개인 구좌에 $290 이 마이너스가 되어 있으니, 3시 전에 캐쉬로 디파짓 해야 한다구요. 어제 밤에 확인해 보니, 개인구좌를 포함해서 제가 쓰는 3개의 구좌 중에 두개가 마이너스 상태이고, 한 곳은 $1.50 이 있는 상태입니다. 어제 거래처 네일살롱에서 받은 $60 짜리 체크를 $1.50 이라도 있는 통장에 디파짓 했습니다. 데빗 카드로는 오늘 중으로 $60 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갑에 캐쉬는 $16 이 있었습니다. 롱아일랜드로 쎄일즈를 가야 하는데, 개스비는 최소 $30 이상은 들어갑니다. 차는 이미 주유등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지패스 어카운트에 수치 상으로는 11불이 남아 있었는데, 어제와 그제 쓴 것이 표시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 실제로는 이미 마이너스 상태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상태인 TD 뱅크 어카운트에서 데빗카드로 $300 을 찾았습니다. ATM 머신은 잔고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를 시행하면 오버드래프트 휘가 발생한다고 알려줍니다. 저는 시행 키를 눌렀습니다. 300불을 빌린 셈이고, 댓가도 아마 $70, 아니면 $105 의 손해를 볼 것입니다. 망설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300 을 찾아서 우리은행에 $290을 디파짓하고, 주유소에서 개스 $20, 엔진오일 $5 을 썼습니다. $1 을 가지고, 상당히 곤란한 환경에 처할 수도 있는 롱아일랜드로 향합니다.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이지패스 라인으로 어거지로 넘습니다. 잘못하면 벌금 $62 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톨비를 내지 않고 퀸스로 들어갈 수 있는 퀸스보로브리지로 방향을 잡습니다. 오늘 롱아일랜드에서 캐쉬를 받을 확률은 거의 제로 퍼센트 입니다. 당연히 점심은 굶어야 하구요. 오늘도 문제지만, 내일이 더 큰 문제입니다. 커네티컷 먼 곳에 약속을 잡아놨기 때문입니다. 개스비 $50 과 톨비 $6 이 필요합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기에, 하루 종일 열심히 쎄일즈를 다녔습니다. 개스가 모자랄 것이 확실해서 오늘의 계획을 수정해서 가까운 롱아일랜드를 돌았습니다. 오후 6시50분, 네일살롱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는데, 체크 한 건 받은 것이 없고, 캐쉬로 $8 을 받은 것이 다였습니다. 원래 있던 $1 과 합쳐도 $10 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통장에 있는 $60 을 가지고 어떻게 배분해야 하나, 우선 쎌폰을 통해 이지패스에 $40 을 넣었습니다. 일단 벌금을 피하고, 이지패스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20을 가지고 개스를 넣어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내일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구요. 또 내일 들어올 체크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었습니다. 집으로 방향을 잡아 오면서, 마지막으로 한군데 네일살롱에 더 들릴 수 있었습니다. 문닫기 직전으로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직원 중 하나가, 제가 전에 팔던 댕기머리샴푸 이야기를 꺼냈고, 계속 파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샴푸는 이미 하나도 없지만, 선물로 주려고 바디샴푸 몇개는 차에 가지고 있다고 했더니, 그거라도 파실 수 있냐고 했습니다. 캐쉬로 $50 어치를 팔았습니다. 내일 커네티컷에 갈 개스비가 확보되었습니다. 이지패스도 $6 은 쓸 수 있는 상황이구요.

비교적 상세하게, 아니 구차스럽게 써봤습니다. 오늘 제가 처한 상황이 속상한 일일까요? 감사할 일일까요? 안타깝게 바라보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잘난 척 하더니, 고생 좀 해봐라! 하고 고소해 하시는 분도 계실까요? 동네 방네 떠들어서 저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푸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저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규정내릴까요?

"저는 감사하고, 기쁩니다 !" 캐쉬 $50 생겨도 감사하고, 생기지 않아도 감사합니다. 개스비가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도, 낙심하여 앉아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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