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아들이 하버드에?

아들이 하버드에 얼리로 지원을 했습니다. 오늘 5시면 발표가 나옵니다. 흥미진진합니다. 제 아들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면, 사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 못합니다. 꽤 게으르고, 성정은 바른 것 같으나, 능력보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항상 야단맞으며, 엄마와 싸우며 지내오고 있습니다. 농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되고 싶어 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농구에 오랜 시간 메달려 있었고, 아이들을 꽤 가르쳐 보았기에, 제 아들의 재질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농구란 것이 대부분의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포지션에 맞는 트레이닝을 하고, 적성을 키워주면, 수퍼스타는 되지 못해도, 적당히 자리를 매꾸어줄 선수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제 아들이 농구선수가 되는 길을 가끔 용기를 주며 지켜봐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농구를 하면서도 게으른 성격은 여전히 드러나서, 그다지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구요. 제가 사는 곳이 작은 타운이고 흑인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9학년 까지는 학교에서 인정을 받으며 스타팅 멤버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10학년 때, 농구로 대학을 가기 위해, 스코어를 관리하기 위해 농구 잘 못하는 조용한 학교를 찾아온 두명의 흑인 아이들에 의해, 제 아들은 자신감을 잃었고, 벤치 워머로 전락했습니다. 농구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제 눈에는 제 아들이 확실한 스타팅 멤버는 못되도, 씩스맨이나 쎄븐맨으로 뛰기는 충분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기가 꺽여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
농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공부를 적당히 해서 최고의 대학에 가겠다는 꿈이 좌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생각보다 SAT 성적이 잘나와서, 농구 없이도 최고의 대학에 지원해 볼만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농구 없이, 씽글초이스인 하버드에 과감하게 지원을 했습니다. 꿈이었는데, 지원이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이었죠. 만류했었고, 지금도 후회를 하는 엄마와는 다르게, 아들과 저는 지금도 이유 없이, 굳건합니다.
어제 농구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아들을 픽업해 오는데, 아들이 말을 꺼냈습니다. 얼리에 붙을만한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좋았지 않았겠나 생각해 보았다고요. 하지만 본인이 다시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 편하다구요.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아들의 스펙은 미국 전체 학생 중에서 1만등 안에 들어갈 정도 밖에 안되는데, 얼리로 300여명을 뽑는 하버드에 붙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주위에서 보기에는 만일 붙을 경우에 "붙을만 했지!" 라고 말들 할 것이고, 떨어질 경우에는 "역시 무리였지!" 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아들과 저는 한가지 사항에 동의했습니다. 만일 붙는다면 붙을만 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붙여주시는 것이라고. 그것은 감사로 끝날 일이 아니라, 뭔가 이유를 찾아야 할 일이라고 말입니다.
아들과 이야기 하면서 저는 나름대로 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혹시 공부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사람은 아닌지? 내 자랑을 위해서 아들이 하버드에 가길 원한 것은 아닌지? 아들의 결과를 통해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시려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저는 꿈과 비젼을 향해 저를 드라이브하는 성격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아들도 드라이브하고 있습니다. 제 처는 못마땅해 하지만, 저는  끝까지 아들에게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세우기를 푸쉬합니다. 아빠 말 잘듣고, 마음 뜨거운 아들은 능력 생각은 안하고 아빠에게 동조합니다.
저와 아들의 꿈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저는 70살에 도달할 목표를 세우기로 했고, 제 아들은 50살에 도달할 목표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인생의 후반부를 남겨 놓은 저에게는 별일이 아니나, 이제 18살의 아들에게 20대의 목표, 30대의 목표, 40대의 목표를 거쳐서 50대에 이룰 목표를 설정하기란, 그 긴 세월을 드라이브하면서 살 계획을 세우기란 결코 쉽지 않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빠가 착한 아들을 잡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제 아들은 결코 순종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엄마에게는 늘상, 아빠에게도 가끔 대듦니다. 한번은 저와 1분 이상을 눈싸움을 한 적도 있습니다. 책상에 한번 앉히기가 너무 어려운데, 기껏 앉아도 30분 이상 앉아있는 경우가 손에 꼽힙니다. 잠을 깨우려면 20분은 싱갱이를 해야 하는데, 하루에 서너번 깨워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공부나 농구나 노력 안하는 것 보면 속이 썩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속사정은 이런데도 겉보기에는 나무랄 것 없는 아이로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아빠의 쇠뇌로 인한 드라이브를 받아들이며 살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아들을 드라이브하면서 과연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들의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삶을 돌아보게 되고, 제 목표와 계획을 다시 보게 됩니다. 보다 경건하게, 보다 신실하게, 보다 노력하며 살 것을 다짐해 봅니다.

혹시 아들 자랑하는 글이 아니었나 걱정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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