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8일 목요일

흔적이 남는 용서

흔희 하나님이 우리 죄를 씻겨주실 때, 흰눈과 같이, 기억되지 않게 씻겨주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용서하시되, 흔적을 남기셔서, 그 흔적을 주홍글씨 처럼 간직하고, 평생을 근신하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용서라고 말입니다.

저와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시는 어떤 남자 권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4년 전부터 이 권사님과 같은 사무실을 쓰며, 비지니스의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년전 쯤 어느날, 저희 교회를 30년 이상 다니신 어떤 여자 권사님이 제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함께 다니는 그 권사님이 25년 전 쯤에 저희 교회 재정부장을 맡으셨을 때, 공금을 12만불 정도 횡령하신 것을 자기 남편이 발견하셔서 당시 담임목사와 지금은 돌아가신 장로님 한분에게만 알려서, 처리하고 아무도 모르게 덮으셨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제게 그 권사님과 사업을 같이 하면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워낙 낙천적인 저는 전혀 게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두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교회 내의 몇몇 분이 그 권사님의 25년 전 횡령에 대해 쉬쉬하며 떠드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고심한 끝에 마음 먹고, 권사님께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당시 상황을 제게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참담한 표정을 지으시며 그 권사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권사님의 말씀을 요약합니다. "교회 예산이 3~40만불 정도일 땐데, 어떻게 12만불을 횡령하겠나? 사업이 궁지에 몰려서 2~3만불 정도를 돌려쓰고 얼른 막을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부 기재가 부실하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당시 감사를 맡고 계시던 권사님이 보자고 하셔서 갔더니, 12만불 정도가 증빙 없이 지출되었다고, 규명을 하던지? 물어내던지? 하라고 하시더군. 죄스럽고 부끄러워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무조건 채워넣겠다고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지. 그런데 바로 다음 주일에 담임목사님과 장로님, 그리고 그 권사님이 보자고 하기에 갔지. 그자리에서 권사님은 집을 팔아서 채워넣을 것이니,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더니, 그자리에 계시던 장로님께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고, 김권사가 지금까지 교회에 헌금한 내역이 8만불 정도 되니, 그것을 감하고 나머지 4만불은 그자리에 계신 세분이 채워넣겠다고 하시면서,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져서 은혜스러울 것이 없으니, 아무도 모르게 하자고 하셨답니다. 그 후로 25년간, 이사를 하거나, 교회를 옮기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평생을 갚으며 살겠다는 마음으로 남들 보다 근신하며 신앙생활을 해왔었지. 25년 동안 잠잠했던 일이 왜 최근에 불거졌는지 모르겠지만, 할 말이 없네."

이렇게 말씀하시는 권사님께 저는 주제 넘게 한마디 했습니다. "하나님이 권사님께 더 큰 사명을 주시려고, 남들 보다 더 마음 다지며 살라고 하시나 보네요." 하지만 저나 그 권사님은 왜 이 이야기가 불거졌는지 잘 앎니다. 당시 그 일을 발견하셨던 지금은 장로이신 분께서  현재 자신의 사역방향에 반대가 되는 권사님과 주변 분들을 공격하기 위해 꺼내신 카드라는 것을 말입니다. 교회에서 덩치가 크고, 언행이 과격하기로 소문난 제 또래의 집사님 한분이 이 사실을 알고는, "이런 놈이 어떻게 교회에서 얼굴을 들고, 큰소리 치고 다닐 수 있는거야!" 하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얼른 그 집사님을 붙잡고, 다음 날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였고, 그자리에서 말했습니다. "ㅇ집사! 아무리 해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적 있어? ㅇ권사님이 지은 죄가 바로 그런 죄야. 떠나는 것이 편하겠지만, 그러지 않고 ㅇ권사님은 평생을 회개하며, 최대한 교회에서 헌신하며 살고 계셔. 나도 몇달 전에 사실을 알고 놀랐지만, 나는 ㅇ권사님이 존경스럽기 까지해. 나는 ㅇ 집사 같은 사람이 오히려 권사님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 이야기를 듣던 중에 그 집사님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25년을 덮었다가, 꺼낸 놈이 더 나쁜 놈이구만!" 하고 말하더군요. 자기가 떠들고 다닌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 하며, 자신이 적극적으로 권사님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 권사님 말이 나온 김에 마저 이야기를 하죠. 이런 일이 있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저희 교회에서 28년간 목회하시던, 그 권사님 사건을 덮으셨던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새로운 젊은 목사가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신임목사는 파행과 비행을 수없이 저질렀고, 이 과정에 담임목사의 목회에 자문을 하는 위치에 있던 그 권사님은 몇번에 걸쳐 신임목사가 의도하는 바에 반대를 하셨습니다. 신임목사는 그 권사님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신임목사에게 바짝붙어 있던 어떤 분이 그 권사님의 과거의 일을 신임목사에게 알렸습니다. 그 신임목사가 어떻게 했을까요? 한시도 참지 못하고, 주일 1부예배 성가대로 봉사하시던 그 권사님 부부를 예배 전 연습하는 도중에 목사실로 불러서, "과거에 재정부장으로 계실 때, 아주 불미스런 일이 있으셨다면서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용납하지 못합니다. 제 목회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교회를 떠나주시죠!" 그 권사님은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몰라 당황해하는 부인의 손을 잡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목사실을 나와서, 그 순간으로 30년 이민생활을 함께 했던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교회를 옮긴 지금도 그 권사님은 봉사를 열심히 하시지만, 새로이 옮긴 그 교회 내에서도 그 사건을 아는 교인들은 뒤에서 욕을 합니다. 참으로 말도 안되는 부끄러운 일이죠? 크리스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할 짓이 아닙니다. 물론 저는 이분들을 비난할 자격은 없습니다. 저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분들보다 더 크리스챤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권사님보다 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길 원합니다.

이 권사님의 횡령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30명 정도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지금도 그 피해를 보상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구요. 괴로워하고 있는 제게 하나님은 "내가 네 잘못을 용서한다!" 고 하셨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 제가 모든 것을 충분히 보상하고 회복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네가 평생을 근신하며 살길 원한다."

하나님이 제 잘못을 용서하신 것을 앎니다. 하지만 그 잘못이 없어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마음에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너무도 부끄러운 이 주홍글씨가 제 삶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흔적이 남는 용서입니다. 그리고 그 흔적이 바로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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