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년 동안 키운 거북이 두마리를 떠나보냈습니다. 10년 전에 어떤 분이 갓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작은 거북이 두마리를 주셨습니다. 9살이던 아들이 많이 좋아했습니다. 이름을 '일북이' 와 '이북이'라고 지어주고, 열심히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주며 키웠습니다. 아주 무럭무럭 자라났죠. 키운지 3년이 조금 넘었을 즈음에, 이북이가 먹이를 거의 먹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걱정이 많았었죠. 한 6개월이 지나자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했고, 눈도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거의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키우는 종류의 거북이의 수명은 2~30년 정도라고 합니다. 일북이도 7년 정도를 크고 나니, 더이상 크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일북이와 이북이가 크기에서 너무 차이가 나다보니, 둘이서 장난을 노는 것인지, 싸우는 것인지 모를 상황에서 이북이의 안위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이북이의 뒷다리에 물린 것 같은 상처가 났습니다. 저희는 둘을 한 어항에 키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는 것이 불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보기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도 두마리가 모두 외로워보였습니다.
하지만, 먹이도 잘 먹고 그런데로 잘 살더군요. 이렇게 다시 4년 정도가 흘러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제 집사람은 한 5년 전부터 거북이를 방생해 주자고 끊임 없이 졸랐고, 저와 아들은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어항 속에서 주는 먹이를 먹고 있던 거북이가 자연상태에 나가서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는 또 한가지 남이 모를,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7년 전에 저희 집에 오셔서, 거북이를 보시면서, "저 거북이 잘 키워라 ! 괜히 방생한다고 놔주지 말고..." 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별말씀 아닌 것으로 들을 수도 있었지만, 이 말씀을 하시기 전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를 앞에 두시고 지난 일을 회상하시듯 시간을 가지신 후에,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너는 내 말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더구나. 너와 내가 의견이 달랐을 때, 너는 무조건 네 뜻대로 하면서 살아왔지. 앞으로 엄마가 하는 말을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네 맘에 맞지 않더라도 따르도록 해라!" 이러신 후에 거북이를 방생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는 뵙지 못하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죠. 그러니 거북이를 방생하지 말라시는 말씀은 바로 어머니의 유언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무조건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자식에게 물가에 무덤을 쓰라고 유언한 엄마 청개구리의 우화가 생각나게 하는 참으로 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그간 집사람의 반대를 무릎쓰고, 거북이를 키웠던 이유 중 하나인 것입니다. 어떨 때는 어머니를 돌보듯 열심을 다해 돌본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의 의도에 대해서는 지금도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거북이를 떠나보냈습니다.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거북이가 자연 속에서 짝을 지으며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제 삶의 새로운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전기로 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습니다.
발육이 부진한 작은 거북이는 어떤 사내 아이가 키우고 싶다고 해서, 입양을 시켰고, 충분히 큰 거북이는 가장 적합해 보이는 인근의 Nature Center 내의 연못에 방생했습니다. 거북이와의 이별은 30분 정도를 소요했습니다. 한 5분 마다 1미터 씩 멀어지더니, 30분 정도가 지나자 이별의 의식을 마치고 연못 중앙으로 헤엄쳐 가더군요.
제 삶의 미련을 조금 더 버리고,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 땅에 온 삶의 목적을 위해, 아니 제가 목적이라고 믿는 삶을 위해 말입니다. 가끔 방생한 거북이를 보러가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제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 입니다.
어머니의 유언을 어긴 저를 하늘 나라에서 어떻게 보고 계실지 ???
2013년 7월 26일 금요일
10년간 키운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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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힘내세요! 어머님도 님을 너무 탓하지 않으실 거에요...ㅠㅠ
귀한 위로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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