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5일 수요일

아들에게 미안해서

올해 대학에 간 제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다지 뛰어나진 않지만, 엄마가 애썼고, 또 운도 좀 따라서 시험 점수들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대학들에 지원을 했는데, 거의 다 떨이지고, 어찌어찌하다가 노쓰웨스턴이라는 시카고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기에, 내심 실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아이나 저희 부부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희 애가 농구를 좋아했기에, 아이가 8학년일 때, 약속을 했었습니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NBA 선수가 되는 꿈을 꿔보자고 말입니다. 운동신경이 남달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오히려 평발이어서 순발력이 없는 편이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꽤 노력을 했지만, 9학년 때, 반짝한 이후론 겨우  Varsity 팀에 남아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대학을 농구로 가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보통 대학에 들어가면, 수업 빼먹지 말고 들어가주길 기대해야 할 상황이지만, 저는 아들에게 공부와 농구, 두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푸쉬하고 있습니다. 노쓰웨스턴은 대학농구 빅 10 안에 들어가는 팀입니다. 신체조건이 뛰어나지 못한, 농구를 잘 못하는 고등학교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한 아시안이 선수가 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코치에게 고등학교 때 기록표를 보내고, 농구를 하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하면, 어쩌면 코치가 와서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 테스트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일을 망설이며 이메일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이번에 떨어지면, 6개월 죽어라고 연습해서, 또 도전하고, 또 떨어지면, 또 도전하면 된다고, 편안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제 아들이 NBA 선수가 되보자고 하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이유는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 아이들이 농구를 좋아하지만, 농구선수가 된다는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신체조건도 뛰어나지 못하고, 배경도 없어서, 차별을 당하기 일수지만, 누군가가 한명이라도, NBA 선수, 아니, 대학농구 선수만 되준다고 하더라도, 한국아이들이 마음 놓고 농구선수가 되는 꿈을 꾸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들에게 열심히 하면 2학년 때는 선수가 될 수 있을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 본심은 제 아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4학년이 되서야 농구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꿈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결국은 꿈을 이룬다는 것은, 제 아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기도 어려울텐데, 저는 제 아들에게 공부 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제 아들이 그 짐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포기하게 될 수도 있겠죠 ! 아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그래서 저도 거의 실현하기 어려운 꿈을 꾸고자 합니다. 아들보다 더 노력하면, 그나마 덜 미안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제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좋은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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