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0일 일요일

달려갈 길 달려간 후에

사도 바울은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며 당당하게 선포합니다. 나는 달려갈 길을 다 달려갔다. 내게 주어진 소명을 마쳤고, 더이상 내가 복음을 전파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비난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라고 합니다.

순교를 예감하며 반대를 무릎쓰고 간 예루살렘에서 바울은 아주 곤란하고도 비극적인 상황에 처합니다. 죽으면 죽으리라고 마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별별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서글픔. 자기의 생명이 군중과 권력자들에게 넘겨져 있는 듯한 처참함.

예루살렘에서 그 고초를 당하는 중에 하나님의 사자는 바울이 로마에 가서도 복음을 전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바울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기에 안도했을 것이지만, 로마에서 당할 수난을 생각하면, 또 그곳에서의 죽음을 예감하면 참으로 힘들었을 겁니다.

바울은 사실 달려갈 길을 다 갔다고 선언한 이후로, 예루살렘에서 수난을 당하고, 로마에 가서 옥에 갇히면서, 또 풀려나서 몇년 간 수많은 글들을 남길 시간을 갖습니다. 로마에서와 그 이후의 삶이 없었다면 지금의 바울은 없었을 겁니다.

달려갈 길을 다 마친 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말할 수 없는 수난과, 무기력함, 비참함에 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 수난과 처참함이 바울에게 무엇을 주었는지를 말입니다. 그 선물의 기간을 통해 그는 하나님께 나아가 영생을 얻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삶에는 달려갈 길을 마친 후의 삶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 그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그 시간이 혹 우리를 힘들고 비참하게 할지라도 우리는 그 시간을 잘 지나야 겠습니다.

제가 봉사하는 양로원의 노인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삶이 어쩌면 바울의 이 처참한 시간과 비견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던 간에, 치매가 오고, 대소변 못가리게 되고,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내 삶이 내 의지에 의해 영위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그 시간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혹시 지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고 느껴지는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그 시간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시길 원합니다. 끔찍하게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 상태에서 10년을 지나게 될거야." 라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을 지나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10년 동안은 내가 굶지도 않겠고, 죽지도 않겠고, 사고도 안생기고... 큰 일이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안도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10년을 이런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면, 이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게 돈이 생기지도, 큰 능력이 생기지도, 로또가 맞지도 않을 것이니, 헛된 기대에서 벗어나서 이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삶을 위해 무엇을 할까? 를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우리는 바울처럼 달려갈 길을 다 가지도 못했고, 또 바울이 수난을 당하며 남긴 위대함을 흉내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달려왔고,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선물의 기간이 주어졌으니, 괴로움 속에 있을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것이기에, 그 뭔가가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