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0일 일요일

나의 자식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

이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것은, 내 생각을 일기처럼 남겨서 우리 아이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는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과 공감하고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최근에 글을 뜸하게 올린 것은 바쁘기도 했지만, 얼마전 부터 제가 이미 충분히 많은 글을 블로그에 남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습니다.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남들이 읽는 글을 씁니다. 남들이 거의 읽지 않는, 남들을 위한 글이죠. 아마도 제 블로그에 가장 자주 들어와 보시는 분은 한국에 계신 누님들일 것 같구요. 어쨌든 몇분이라도 읽으시고 이 땅에서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씁니다.

한 일년 전부터 뉴저지 밀알선교단이 운영하는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립니다. 밀알선교단이 7~8년 동안 제가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멤버들과 친분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밀알선교단은 30여년 전에 한국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미국에만도 16개의 지부를 가진 대표적인 장애인 선교단체 입니다. 그러니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분들 중에 대부분은 "장애인 자녀를 둔 것이 그다지 힘든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십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조금 힘든 것' 이 아니라 '큰 축복' 이라고 생각하자고 강요(?) 하곤 합니다.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것,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과 같은 큰 축복입니다. 그 장애인 한명으로 인해 온 가족이 성공적인 삶을 살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축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쉽진 않지만 이러한 축복받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장애인을 입양하는 겁니다.

전에 말씀드렸었던 적이 있습니다. 자기 아들이 장애인을 데려와서 결혼하겠다고 하는 것이 자기 삶의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하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제 믿음이 그다지 크지 못해서, 그리고 제가 자식들을 그다지 잘 교육하지 못해서 이런 소원은 가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대안은 "너희가 결혼해서 주어지는 대로 아이들을 충분히 낳은 후에, 꼭 장애인 아이를 한명 입양해라!" 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의 배우자가 아빠의 이 소원을 이루어주기만 한다면 저는 기쁨으로 살아가며, 편안하게 삶을 마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저희 아이들은 자만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잘 살것이고, 장애인을 형제로 둔 제 아이의 자식들도 형제간의 우애 속에 어려운 사람, 힘든 사람들을 돌보며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아이들도 가끔 제 블로그에 들어와 본다고 하더군요. 아마 한두번 쯤 들어와 봤겠죠. 하지만 이 글만큼은 꼭 읽어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제가 당장 제 아이들에게 아빠의 소원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좀더 준비가 필요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배우자를 결정하기 전에 꼭 말할 것이고, 계속적으로 '소원' 이라고 밀어붙여 볼겁니다.

아이들에게 이 소원을 이야기 하려면 아마 저도 정말 열심히 잘 살아야 하겠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서도 저와 같은, 저보다 더 믿음이 큰 소원을 가지시길 기도합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