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0일 수요일

우리는 모두 시한부

 시력이 급격히 안좋아지고 있습니다. 녹내장 판정을 받은 지, 어느덧 12년. 안약을 넣어서 안압은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과에 가도 별로 들을 말이 없고,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도 애매하게 말을 합니다. 한 6개월 전부터 밤에는 운전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고, 밤에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할 경우에는 와이프가 운전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도 어쩔 수 없이 야간 운전을 하곤 합니다. 천천히 조심해서 하자고 다짐하지만 그것도 쉽게 되지 않습니다. 야간 운전 못지 않게 햇빛이 정말 싫습니다. 눈이 부셔서 신호등을 찾기가 어려워서 어떨 때는 가다가 서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내 눈의 시한은 얼마일까? 3년 전 쯤에 왼쪽 눈은 60% 정도, 오른쪽 눈은 20% 정도의 시신경이 살아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20% 밖에 안남은 오른쪽 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가 20% 였다면 아마 지금은 10% 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 오른눈은 5년 정도의 시한부라고 봅니다. 이 5년 동안 어떻게 눈을 잘써볼까? 를 생각해야 겠습니다. 

혹시 내 몸의 다른 부분은 어떨까요? 아버님이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형님도 간경화를 심하게 앓으셨으셨으니 저도 꽤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겁니다. 그런데다가 대학교 때부터 지방간 판정을 받았었습니다. 건강검진 때는 항상 의사들이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암처럼 보이는 지방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간으로 인한 어떤 이상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항상 걱정하는 부분은 위와 대장입니다. 위는 어려서부터 확장증이 있어서 음식물을 장으로 잘 내려보내지 못합니다. 위 기능은 약한 편이고, 가스가 많이 차서 항상 더부룩합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장에 문제가 없을 수가 없다." 얼마의 시한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항상 걱정을 합니다.

다시 눈 얘기를 하려 합니다. 시신경이 거의 죽었다는 오른쪽 눈은 시야가 현저히 좁아졌고, 물체가 멀리 작게 보입니다. 신경이 절반 이상 살아있는 왼쪽눈은 물체가 조금더 가까이 보이고, 밝게 보이는데, 가운데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무엇을 보려고 촛점을 맞추면 왼쪽눈은 기능을 못합니다. 두 눈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자주 물체가 둘로 보입니다. 운전을 하는 중에 둘로 보이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한쪽 눈씩 번갈아 보며 운전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화면이나 책을 볼 때 잘보이지 않으면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으로 보곤 합니다. 이것도 30초 이상은 못갑니다. 시신경이 얼마 안남아서 인지 글자들이 아주 작아지면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상황을 말하면 이렇게 심각하지만, 사는 데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이전에 남들 보다 훨씬 좋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지금 남들 보다 훨씬 안좋은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눈 잘보일 때 너무 잘난 척하지 말걸 !" 하고 반성도 하고, 지금 내게 있는 어떤 것도 자랑하지 말아야 겠다고 되새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눈에 이상한 현상이 생겼습니다. 눈이 피곤해서 눈 주위를 두들기며 마싸지를 하다가 왼쪽눈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눈 안에서 아주 가는 초생달 모양의 하얀 광선이 번쩍이는 겁니다. 겁이 나기도 했지만 왠지 변화가 싫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마싸지를 했는데, 왼쪽 눈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거의 보이지 않던 촛점 가운데 부분이 꽤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물체를 왼쪽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양로원에서 10년 가까이 봉사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연세가 들어 몸이 쇠약해지는 것이 계속해서 나빠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좋아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기력이 점점 쇠진해서 숨을 거두시는 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노인분들에게 당당하게 말합니다. 점점 건강해지시다가 돌아가실 수 있다고 말입니다. 

시한은 우리의 몸 상태에 있지 않고, 세상을 창조하시고 운영하시는 창조주의 의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분의 원칙은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원칙을 신뢰할 수 있죠. 저는 눈을 통해서 제 삶의 시한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병원에 자주 가서 진단을 받는 사람이라면 눈 보다 간이나 장으로 시한을 선고 받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혀 병원에 가지 않으니 정말 잘 느낄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제게 시한을 경고하시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은혜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는이 나빠져서 도저희 하나님께 메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저는 한편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세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제 눈 이외의 모든 일은 순조롭겠구나. 사업도 문제 없겠네!" 였습니다. 제 눈의 시한이 언제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눈 때문에 저는 수시로 하나님께 메달리고, 수시로 감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눈을 잘쓰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입니다. 우리의 시한을 잘 사용하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한과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메달리고, 감사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시간에 따라 점차 쇠약해 진다고 생각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내 몸이 어떤 시한을 가지고 있나 생각하시고, 잘 사용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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