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일 토요일

단기 선교 보고서

저는 이 땅에 50년째 단기 선교를 와있으면서도, 이제서야 처음으로 선교 보고서를 쓰는 쎈스도 떨어지고, 게으른, 또 우유부단한 선교사 입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선교 보고서를 쓰는 것은 인생의 절반이 꺽어지고,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이 땅에서의 삶의 끝과 돌아갈 고향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유명한 시인이 소풍나온 것처럼 살다 간다고 하셔서, 저도 그 분위기에 조금 빠져있었는데, 따져보니까, 놀러왔던 것이 아니라, 임무가 있었더라구요. 선교지에 와서 편안히 즐기며, 영화를 누리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웃긴 노릇이었습니까?

70년 열심히 산다고 보더라도, 이제 20년도 안남았네요. 돌아보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 50년 입니다. 그러니, 단기 선교라고 이름 붙일 수 밖에요. 선교지에 와서 적응하느라 25년 보내고, 임무를 확실히 하느라 15년 정도 보내면, 그 이후는 정말 불혹의 선교사가 되어서 아무 것에도 흔들리거나, 미혹 당하지 말고 임무에 충실했어야 하는데... 10년이 늦은 지금에 와서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한 상태지만,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핑계댈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시작하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들에 대한 경과보고를 합니다.

1. 가르치는 일 : 아동부 1년, 중고등부 12년, 청년부 11년, 속회 인도 3년
-- 년수로는 그럴 듯하나, 실제로 준비 없이 했고, 기도 없이 했고, 계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했음. 따라서 100점 만점에 30점으로 과락에 해당함.

2. 전파하는 일 : 확실한 전도는 친구 1명, 그리고 와이프와 딸과 아들임. 틈나는대로 열심히 떠들고 다녀서, 잠재적으로는 꽤 될 듯하나 자료는 없음. 따라서 빵점에 가까움.

3. 병자를 고치는 일 : 다른 사람을 사랑한 것보다, 미워하고 시기한 것이 훨씬 많음. 병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 병자를 만들어 낸것임. 마이너스 점수라고 해도 좋겠으나, 교회에서 봉사한 시간과 내용은 꽤 많음.

적어보니 참으로 한심한 보고서입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하는 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과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임무를 수행하는 일을 미루지 않기로 다짐한 것. 이 두가지에 위안을 삼고, 보고서를 채워나가겠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그날을 고대하며, 아프라카나 아마존에 비교하면 너무 안락하고 쾌적한 곳으로 배속받은, 꽃보직 단기 선교사 김성윤은 선교사로서 헌신적으로 이웃과 모든 사람을 섬기며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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