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7일 금요일

임기제 담임목사

제가 다니는 교회는 저희 지역의 오래된 큰 교회에서 갈라져 나온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설립이 되었습니다. 저희 대부분이 다니던 교회는 미연합감리교단(UMC) 산하에 있는 교회였는데, 근 30년 가까이 시무하시던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새로온 목사(?)가 왔는데, 아주 특별한 목사여서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떠난 사람중에 일부가 함께 모여서 교회를 이루었고, 저도 그 교회에 합류했습니다.

저희 교회는 평신도가 중심이 되서 사역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어떤 목사가 오더라도 사역 전반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사역을 하기 위해 담임목사를 임기제로 청빙하기로 했습니다. 청빙위원회가 몇명의 목사를 선정하여 올리면 --- 복잡하게 절차를 정했습니다. ---- 어쨌든 전교인의 의사를 반영하여 1년간 시범적으로 담임목사직을 맡고, 1년 후에 다시 교인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4년을 사역하고, 다시 교인총회를 거쳐 마지막 4년을 사역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어떤 목사가 오더라도 9년을 넘길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막상 결정을 했지만, 저도 청빙위원이 되어 목사 후보자를 인터뷰하면서는 별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게 임기제를 반대하는 교인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은 9년이면 어떤 목사도 자신의 비젼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후보자 3인을 선정하여 2번 씩의 설교를 듣게하고, 청빙위원회에서 한 후보자를 교인총회에 올렸습니다. 정족수가 2/3 여서 쉽지 않겠다고 걱정했는데, 놀라웁게도 90% 이상의 찬성표가 나왔습니다.

다 좋은 분들이었지만, 가장 젊은 목사가 뽑혔습니다. 9년 뒤에 교회를 떠날 때에도 50살이 안될 목사를 뽑았습니다. 좋은 사역을 펼쳐서, 우리 교회를 떠날 때, 대형교회로 갈 수 있는 적정연령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들이 계속 생기고는 있으나, 지금까지는 잘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취임한 목사는 임기제의 특성을 알고, 자신의 Job Description 을 알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목회를 하려고 하는데, 적지 않은 교인들이 과거 스타일에 젖어서 '모든 일을 목사가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  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던 바와 같이, 한국교회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가 목회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를 그렇게 만든 성도들에게 있다고 하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저는 담임목사 임기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한 목사가 한 교회에 10년 씩만 담임목회를 한다면,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거의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회자가 교회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해소될 것이고, 오래 목회하면서 타성에 젖어서 시간을 낭비하는 목사도 없어질 것입니다. 10년 동안 어떤 결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열심을 낼 것이고, 교인들 위에 군림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이편 저편을 갈라서 교회와 교인들을 분열시키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한가지 예측 가능한 문제는 임기제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날 때, 다른 교회를 찾지 않고, 자신이 담임하던 교회의 알짜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서 인근에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예방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담임목사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퇴임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였지만, 저는 담임목사에게 "목사님과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사역을 하시는 성도들과 함께 나가셔서 그 사역을 계속하시는 것도 이상적인 퇴임일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목회자가 많은 사람이 공감할 큰 비젼을 가지고 있다면, 그 비젼을 함께할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떨어져 나갈지라도 아름다운 교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담임목사 임기제가 한국교회를 살리는 큰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사 보다 교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담임목사를 축복권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축복받는 길일지 모르나, 목회자에게는 나쁜 일이라고 봅니다. 하나님의 종이 아주 큰 권력이 되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목회자도 하나님의 종이 될 수 있고, 또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교인들도 하나님의 종이 될 수도,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도,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목사일 때는 아무 것도 아니다가, 담임목회자만 되면 갑자기 하나님의 대언자, 하나님의 사자, 위대하신 하나님의 종이 되는 목회자는 임기제를 수용할 수 없겠죠? 마음 속 깊이 임기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목회자가 많이 양성되었으면 합니다. 목회자를 Spoil 시키는 성도도 이제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문제 많은 한국교회를 위해서 우리 모두는 '바로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무언가가 세상을 바꾸는 꿈을 꿔봅니다. 저는 우리교회의 임기제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주장하기 보다는 섬기면서 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하면서...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