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크리스챤의 주일 성수

주일은 주의 날을 의미합니다. 요한계시록 1장10절에 나오는  the day of Lord 로부터 시작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들이 지키는 안식일, Sabbath day 와는 날짜도 다르고, 의미도 조금은 다릅니다.

한가지 조금 안타까운 것은, 천주교가 오래 전에 십계명에서 없앤 안식일이란 단어를 우리 개신교에서는 특별한 생각 없이 십계명에 넣고 외우며,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상은 안식일이 아니라 주일을 지키면서 말입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우리 개신교도 십계명에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라고 하지 말고, 주의 날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주일로 지키는 일요일은 분명히 안식일이 아니고 안식 후 첫날입니다. 이 안식 후 첫날을 주일로 결정한 것은 서기 343년에 있은 사르디카 회의라고 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유대인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당시 로마는 유대교를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었고, 이에 교부들은 유대교에 대한 탄압의 불똥이 천주교에까지 튀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유대교와 천주교가 별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일요일을 '주의 날'로 한 것은 아마도 이런 차원에서의 노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유대교의 안식일과 구별되게 만들어진 '주일' 즉 '주의 날' 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날일까요? 과연 우리 개신교도들은 어떻게 주일을 지키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자식이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과 같이 지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식된 도리로서 일주일에 한번 기쁜 마음으로, 기대감을 가지고 하나님을 찾아뵈면 됩니다.

주일에 꼭 교회에 나가려는 사람이나, 또 일주일에 여러번 교회에 가는 사람을 향해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교회에 모이는 것보다 세상에서 더 사랑을 베풀기를 원하신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주일이라고 꼭 교회에 나가서 이것 저것하며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고, 더우기 주중에 교회에 나가서 시간을 쏟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 하나님은 없는 분도, 부족한 분도 아니시니 우리의 그런 사랑의 표현은 필요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사랑이라는 감정,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자녀가 일주일에 한번 찾아와 얼굴을 뵙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부모와 자식 간에 있어 꼭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세상에서 성공한 자식이 있다고 합시다. 그 자식이 "나는 부모의 뜻을 받들어 잘살고 있으니, 효자입니다." 라고 하며 부모에게 전화도 않고, 찾아 뵙지도 않는다면 과연 효자일까요?

물론 자식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부모를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올 때마다 반찬 얻어가려고, 생활비 모자란다고 보채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복을 받기 위해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 기도할 때마다, 복을 달라고, 돈을 달라고 한시도 쉬지 않는 성도들. 이런 분들을 바라보는 우리 하나님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요?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이 아니라, 유산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부모를 찾는 자식도 있을겁니다. 물려줄 재산이 많은 부모는 자주 찾아뵙고 도리를 다하는 척 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우리도 복을 받기 위해 주일에 교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삶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습관적으로 주일에 예배를 드리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예배를 드리던,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큰일날까봐 드리던, 하나님은 우리가 주일에 예배를 드리기 원하십니다. 우리는 아무리 장성해도 부모 앞에서는 여전히 자식이기 때문에, 한결 같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쳐서 왔다가 위로와 소망을 받아가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야단 맞고 정신이 번쩍들어서 가기도 하고, 잘나가는 형제를 보며 위축되어 가기도 하고, 형제간에 따듯한 정을 느끼고 푸근하게 돌아가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을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모습들입니다. 그 모든 상황들을, 모습들을 하나님은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정말 해서는 안되는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부모 앞에 와서 다른 자식 욕하고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다른 자식이 틀렸다고 하고, 흉보는 자식은 반가와하지 않으실 뿐 아니라, 받을 복도 차버리는 행위일 것입니다. 나는 매주 오는데, 누구는 왜 가끔 오냐는 둥, 나는 올 때마다 신경써서 선물 사가지고 오는데, 누구는 왜 빈손으로 와서 잔뜩 싸가지고만 가냐는 둥, 누구는 너무 자주오는 것 아니냐는 둥...

부모는 자식이 자주 찾아와 얼굴 보기를 원합니다. 우리 하나님도 우리가 자주 찾아오기를 원합니다. 잘난 자식이던, 못난 자식이던, 돈이 많은 자식이던, 가난한 자식이던 관계 없습니다. 안식일에 찾아오던, 주일에 찾아오던 관계 없습니다. 세상에서 잘못 살다가 오면, 야단도 치실 것이고, 잘살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실 것입니다. 세상에서 잘살다가 오면 기뻐하며 칭찬해주실 것입니다.

가끔은 부모님 뵈러 가기로 한 날, 중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도 외면하고 부모를 만나러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도 알려주셨습니다. 사정이 생기면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못가고 있는 사정을 설명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이해하실 것이고, 사정에 따라서는 오히려 칭찬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땅에 살면서 자식된 도리로 누릴 수 있는 부모를 찾아뵐 수 있는 권리. 주일은 바로 우리 크리스챤의 권리인 것입니다. 주일 예배 참석은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임을 확인받는 자리입니다. 또 자식된 도리로서 해야 하는 효도의 시작입니다.

바라기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자신만의 고유의 주일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주일의 원칙을 정하시고, 그 원칙을 지키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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