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화요일

나는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인가?

 저는 당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기도하지 못합니다.   우리 일상의 삶이 사실 다 기적이라고 봐도 좋겠지만, 우리는 자주 기적을 바라는 기도를 합니다. 제 눈은 좋은 예가 될 겁니다. 제 오른쪽 눈은 이미 2년 전에도 5% 밖에 시신경이 남아있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조금 보이는 왼쪽 눈도 20% 정도의 시신경만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2년간 눈이 급격하게 더 나빠진 것을 감안하면 머지 않아 일상생활을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얼마 전부터는 일을 하면서 직원들이나, 고객에게 내 눈이 잘보이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하곤 합니다.  길거리나 식당에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오해를 사곤합니다. 그리고 한 1년 전부터는 새로 만난 사람의 얼굴이 머리에 입력이 잘되지 않습니다. 좋아하던 드라마도 재미가 덜합니다. 

그런데 눈을 좋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못합니다. 기도를 열심히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눈이 좋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눈이 좋아지게 해주실 경우 내 눈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기도는 "제가 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눈을 잘 쓰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입니다. 어떻게 보면 은혜로운 기도일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 저와 같이 기도하고 있다면, 저는 이런 어드바이스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어른스러운 척 하지 말고, 어린아이 같이 메달리는 것이 좋아.  어떤 사람도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거나, 다시는 남을 판단하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다만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지." 과연 어떤 기도를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을 위한 기도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하나님의 사업을 위해 쓰겠으니,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을 때, 내가 과연 은혜로울 수 있을까? 힘들 때 내던 열심 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겸손하지 못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사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20년 전부터 무소유주의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돈 만이 아닌 뭔가 대의명분이 있는 목적을 가지고 네일살롱을 운영하고, 건축업을 하고 있지만, 힘든 시간을 오래 겪다보니 이제는 좀 안정을 이뤄서 조금은 편하게 사업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다행히 네일살롱 사업은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건축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작년에 어떤 계기가 있어서 사업의 목적과 과정을 바꾼 이후로 사업을 하는 고생이 어느 정도는 보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건축업을 선교사업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직원들에게는 꿈과 소망을 주고, 고객들에게는 믿음과 편리함,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서, 이곳에 사는  한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합니다. 이렇게 목적을 세웠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그렇고 그런 회사 중 하나입니다. 스무명 가까운 저희 스패니쉬 직원들은 다른 곳에서 일해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원들이고, 저희가 다른 회사보다 이들에게 특별히 잘해 주는 것도 없습니다. 한가지 있다면 저는 이들을 존중하려고 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들도 제가 다른 오너들과 조금은 다르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고객들과는 문제가 꽤 있었고, 지금도 갈등이 꽤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분쟁이 있었던 공사가 4건 정도 되지만 모두 C/O 를 받아주었고, 단 한 건의 소송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혜로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기반이 아주 조금은 잡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건축업이 선교사업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일었지만, 생각해 보면 병원이나 학교 사업도 큰 이윤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지만, 이를 통해서 선교의 역할을 했었던 것이죠.  건설회사 지만 회사의 주체들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직원들과 고객들을 돕기 위해 사업을 한다면 이는 충분히 선교나 구제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처음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아주 큰 건설회사를 만들어서 코리안 커뮤니티가 못하고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무소유주의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도중에 사업의 목적과 과정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이 건설사업을 위해서는 마음 껏 기도합니다. 지난 11년간 현장에서 다친 사람도 없고, 법적 소송을 하지도, 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돈을 벌지 못했고, 꽤 많은 적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적자란 더 많이 베푼 것일 수도 있기에, 걱정되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아주 간절히 기도할 수 있습니다. 단지 바뀐 것은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유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성공해서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서 안정을 이루고 싶지만, 죽을 때까지 힘든 시간을 가질 각오를 하며 마음을 다지고 있으니, 성공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해졌습니다. 목표를 위해서 과정을 희생하지 않고, 목표 뿐 아니라, 과정도 은혜로운 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를 유지하면 하루 만큼 좋은 일을 한; 하루 만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회사가 되게 하고 싶습니다. 

이와 같이 저의 다른 사업과 제 삶 전체도 바꿔보려고 합니다. 하루를 위해서 간절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기도할 수 있는 사업, 당당할 수 있는 제 삶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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