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7일 일요일

천국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일끼?

 2024년 들어서 헌금에 대해 글을 쓰다가, 거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과부의 엽전 두 렙돈에 대해 설교를 준비 하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거의 다 쓰긴 했는데, 혹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올ㅇ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 헌금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구요,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단지, 육십대가 되어 만났던 어릴 적 친구에 대한 기억이 늙은 모습이 아니라, 젊었을 때의 모습으로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하는 의구심이 묘하게 하늘나라에서의 우리 모습은 어떨까? 하는 것으로 연결이 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간단히 써봅니다. 글 제목에 저세상이라고 쓸까? 하늘 나라라고 쓸까? 하다가 천국이라고 썼습니다. 의미는 없습니다. 

미국에 와서 살다 보니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꽤 가까왔지만 오랫 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족만 해도 그렇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큰 누나를 떠올리면, 제가 어렸을 때 본 누나의 모습과 내가 스무살 정도 됐을 때의 누나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8~9년 전 쯤인데, 그 때 팔십대 중반이었던 누나의 모습은 별로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내 기억은 어머니는 50대 초반의 모습, 아버지는 60대 초반의 모습입니다. 형과 형수님은 사십대의 모습, 누나들도 삼사십대의 모습입니다.  이제 칠십이 된 누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자주 보지만, 내게 있어 현재의 모습과 내 기억 속의 모습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중학교 때 만나서 이곳에서 지금도 만나고 있는 50년 된 두 친구의 모습도  십대 초반의 모습과 육십이 넘은 지금의 모습이 다르지 않습니다. 이십대에 만나서 각별하게 지낸 한 친구와 이십년 만에 만났는데, 만나서 한 십분 정도까지는 육십대의 친구였는데, 금새 나는 삼십대 때의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만 그런가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느낌을 이야기 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한번도 보지 못해서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만 있는 친구를 만나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작년에 거의 삼십년을 보지 못했던 대학 동창과 화상 통화를 했습니다. 대학 때 같이 써클 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모여서 저를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한 겁니다. 그 친구는 건강관리를 아주 잘한 친구여서 모습이 별로 변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제게 "너를 보니 참 묘하다. 늙긴 늙었는데, 왜 그대로지? 너를 그자리에 놓고 시간만 막 지나간 듯하달까?"  이 친구의 묘한 느낌을 저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느끼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양로원에서 설교를 하면서 "하늘 나라에서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죽을 때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하늘 나라는 노인들의 나라겠네요?" 이 땅에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잘 사신 분에게 하늘 나라는 좋은 시절의 모습일 겁니다. 사랑스러운 배우자, 그리고 인자하고 든든한 부모님,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아직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자녀들을 보면서요 .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자녀들이 하늘 나라에 오면 그 자녀들의 모습이 사십대 이던, 오십대 이던 관계 없이, 그 자녀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부터 나이 들어서의 모습 까지를 보며 함께 살겁니다. 

반대로 이 땅에서 성공적으로 살지 못한 사람은 이 땅에서 잘못 한 것들에 대해 다 책임을 지며, 힘든 모습으로 후외하며 살게 될 겁니다. 노예나 종 처럼 살아갈 수도 있을 거구요. 극도의 육체적 고통과 고문을 당하며 살 수도 있을 겁니다.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이 후회를 하며 살 거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왜 저 때 저랬을까?" 하며 땅을 치고 후회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살 겁니다. 힘든 모습이던, 험악한 모습이던, 평안한 모습이던,  늙은 모습이던, 젊은 모습이던... 우리 모두는 서로를 알아 볼 수 있고, 이상하지도 않을 겁니다. 

중년 모습의 아들이 중년 모습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곳에서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생각해 보면, 50 대의 모습으로 50 대의 부인과 함께, 50 대 모습의 부모님과, 삼십대 모습의 아이들과 살면 좋겠습니다. 내 친구들의 모습은 삼십대 여도, 사십대 여도, 오십대 여도 관계 없겠지만, 너무 늙지 않은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혼이 형상이 없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우리의 혼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의 모습이 어린 아이의 몸이던지? 아니면 90대 노인의 모습이라면, 이 또한 형벌 중의 하나겠죠?

이 글을 읽으시는 저와 가까운 여러분들이 모두 하늘 나라에서 좋은 모습으로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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