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1일 화요일

기독교적 성악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말들 합니다. 교회에서 주로 듣는 말이죠. 어렸을 때,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배울 때, 왠지 성선설은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인간을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교회와는 성선설이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전제해야 성립이 되겠구나 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기도와 수양, 훈련, 회개 등을 통해서 자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하겠죠.

목사님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자기를 버려야 한다."  "자기를 부인해야 한다." 는 말이죠. 그래야지 하나님이 드러나고, 하나님이 행하신다고 합니다. 언뜻 들으면 "아멘"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주 듣고, 생각하다 보니, 두가지 면에서 이의를 제기하게 되더군요. 첫째는 '내 자기' 는 전적으로 악하다는 것인가 ? 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말의 의도가 목사들은 다 자기 주장을 하고, 신도들은 다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인간의 '자기' 를 악한 것으로 몰고가는 이런 기독교적 입장에 저는 전적으로 반대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만드셨나요 ?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직접 만드시고, 하나님의 기운을 불어넣어 완성하십니다. 성경대로라면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몸 안에, 하나님의 기운이 들어가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이 인간은 본성적으로 악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일까요 ? 에덴동산에서의 시작은 완전했는데, 선악과들 따먹어서 죄가 몸에 들어와서 이때부터 악인이 되었다고 설명하실 건가요 ? 아니죠 ? 선악과만 따먹지 말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해주셨는데도, 그것을 따먹으면 하나님처럼 된다는, 유혹에 넘어가, 자기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께 도전한 것이 바로 최초의 인간, 에덴동산에서의 인간입니다. 선악과를 따먹은 후에 나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교나 성리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仁, 義, 禮, 智 가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사랑과 자비의 마음, 정의로운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선을 따르려는 마음 등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의 다른 편에 있는, 또 육체가 가진 각종 정욕들, 시기 질투, 명예욕, 성욕, 물질욕, 불안, 걱정, 근심 등에 사로잡혀 좋은 본성대로 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이견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악하게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불완전하게 만드셨다고 하는 데에도 동의하기 싫습니다. 그런데, 종교는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는 인간을 불완전하고, 악한 존재로 매도합니다. 왜 그럴까요 ? '믿음' 이란 말로 모든 것을 막고자 했던 교회가, 거기에 더 붙여서 '내려놓자' 라는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 생각해 봅니다. 자기를 부인하라고 해서 아무 판단도, 아무 주장도 못하게 만들기 보다는 "여러분의 마음을 돌아봅시다 ! 여러분의 선한 마음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 근심, 걱정인가요 ? 물질욕인가요 ? 성욕인가요 ? 시기와 질투인가요 ? 자존심인가요 ? 오래된 적대감인가요 ? 이시간에 다 내려 놓고, 여러분 마음 속에 있는 하나님의 마음, 경건의 모습을 회복합시다 !" 라고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 그런데, 대부분이 "여러분 이시간에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 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합니다. 생각할 것도, 의문을 가질 것도, 판단할 것도, 논의할 것도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많은 목사님들이 아무 때나 인용하는 ' 자기를 부인하고 ' 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관복음 세곳에 거의 글짜도 안틀리고 똑같이 써있는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 에서의 '자기 부인' 이란 과연 무엇일까 ? 인터넷을 찾아보니 ' 자기를 부인하고 ' 의 히브리 원어는 ' 내 것이 아니다.' 라는 뜻이더군요. 자기를 부인하고 라고 느껴지는 같은 표현을 조금 길게 풀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마태복음 10장37절의 말씀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라는 예수님의 말씀 말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자기를 부인하고 " 란 예수님을 따르려는 자들에게 자기가 가진 것, 즉 가족, 물질, 지식 등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내려놓지 않고는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제 글에서 느끼실 지 모르지만, 저는 공관복음에 있는 예수님의 말씀을 중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제 생각과 다른 예수님의 말씀이 있을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극복이 안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극복이 되는 감사한 경험도 자주 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걸작품이고, 고귀한 존재입니다. 물론 우리 안에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버려야 하고, 또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아야겠죠 ? 저도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뜻과 반대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악한 존재라고 생각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더 많이 들으시고, 경건의 모습을 회복하시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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