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8일 화요일

우리 집 가훈

 우리 집 가훈은  '大器晩成 (대기만성) ' 과 '走馬加鞭 (주마가편) '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정한 것이 아니라 저희 아버님이 정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어릴 적에 저희 집 대청마루에 붙어 있던 액자의 글은 아닙니다. 아쉽게도 의미는 어느 정도 기억이 나는데, 글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기만성' 다들 아시는 내용이죠.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 아버님은 여기에 한가지를 더하셨습니다. "네 삶의 그릇을 20대, 30대에 만들려 하지 말고, 50대, 60대에 만드는 계획을 세워라." 30~40년을 열심히, 꾸준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님의  말씀을 잘듣는 효자인 것 같습니다. 60 이 넘은 지금까지 이룬 것이 없으니 말이죠. 그리고 제가 지금 이루려는 끔은 젊은 나이에는 이루기 힘든 꿈일 수 있습니다. 

'주마가편' 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 라는 뜻입니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와 말다툼 하는 것을 보시고, 아버님이 조용히 부르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주마가편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이 아니고, 달리는 말이라야 채찍을 가한다는 뜻이다."  빠르게 달릴 가능성이 없는 말에는 채찍을 가하지 않는다고, 내게 가능성이 있으니, 어머니가 내게 재촉을 하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때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맨날 같은 잔소리 하신다며 부딪히던 일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아버님은 살아 계시는 동안 한번도 저를 야단치지 않으셨습니다. ㅎㅎㅎ

저는 우리 집 가훈에 '盡人事待天命 ( 진인사 대천명)' 을 더했습니다. 이것도 저희 아버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긴 하셨지만, 제가 크리스찬 이기에 강조하는 교훈입니다.  일을 함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긴다. 라는 자세로 살았지만, 결과가 생각 대로 나오지 않음으로 많은 근심과 낙심 속에 살았습니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를 하나님께 맡겼는데, 내가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고, 내가 바라는 것과 하나님이 주시는 결과가 같을 수 있겠는가? 만약 지금 열심히 일하는 것이 '큰 사업가' 가 되기 위한 것이라면, 얼마나 큰 사업을 바라는 것인지? 나는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니, 하나님이 큰 열매를 주시던, 마시던 뜻대로 하세요! 라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먄약 내가 생각한 목표가 '좋은 사업가' 가 되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언뜻 생각해도 '좋은 사업가' 란 정직하게 일하고, 직원들과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업가 라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하는 사업의 결과가 아니라, 모든 과정 중에 가능한 것이 되더군요.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은 '큰 성공' 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성공은 아마 조금은 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결과가 먼 장래에, 그것도  주어질 수도 있고, 안주어질 수도 있다면, 뭔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성공해서 크게 이웃을 돕는 삶 보다, 지금 가진 작은 것으로 가까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삶을 계학하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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