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1일 금요일

달려가다가 ...

오랜만에 일기 같은 글을 씁니다. 읽으실 분이 계실 수도 있기에, 신경을 조금은 써서 쓰지만, 그래도 두서 없을 것입니다. 이해하세요 !

작년 초부터 겁없이 시작한 비지니스를 하며, 1년 가까이 정신 없이 달렸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해 온 같은 교회 권사님과 파트너가 되어 가끔 작은 트러블이 있었지만, 가진 것 없이 시작해서 서로 의지하며 일해왔습니다. 작년 말 쯤에 계산해보니, 수업료를 40만불 가까이 치루었더군요. 주머니에 한푼 없이 살아온 저로서는 참 상상도 안되는 액수죠. 40만불 중에 30만불은 거래처에서 물건 대금을 먼저 받은 것이었고, 주문이 계속되면, 조금씩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한파와 폭설이 저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매일 한 컨테이너 이상을 수출해야 하는데, 뉴욕항의 터미널은 마비되고, 저희에게 원재료를 공급하는 폐차장이나 리싸이클 야드들은 움직일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한국에 있는 바이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싼 값을 주고, 작은 물량이라도 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달 넘게 이렇게 움직인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했습니다. 공장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아주 가까운 바이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해 어느 정도 지원이 있었지만, 제한적 도움이어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인 권사님은 자금문제 해결을 위해서, 2주 전에 한국에 가셨는데, 성과가 없는지 의기소침하셔서 전화나 메일도 하지 않으십니다. 혼자만의 회사가 아니어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몇주전부터 직원들에게 제한적으로 출근해줄 것을 부탁했고, 오늘은 모든 직원을 쉬게 하고, 저혼자 공장에 나와 컨테이너 하나를 내보내고, 원재료 한트럭 들어올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분명히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40만불의 수업료는 바이어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있긴 합니다. 원재료를 공급하는 거래처들과도 좋은 관계를 쌓아놓았고, 공장설비도 몇번을 고쳐가며 효율성을 갖추었고, 직원들의 기술도 적정수준에 올라있습니다. 저 대신에 자금력있는 투자자가 들어오면, 아마도 빠른 시간내에 굉장히 큰 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 저는 지분이나 수익금에 욕심이 없습니다. 물론 제 채무를 피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몇몇 분께 제안을 해보았으나,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직원들이 밀린 주급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들보다 훨씬 더 못할 저희 집의 자금상황을 견디어 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이것보다 몇배는, 아니 몇십배는 더 곤란한 상황에 쳐했을 경우도 있었지만, 그때는 제가 움직이는 것이 해결의 방법이기 때문에, 잠도 안자고, 뛰어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 일이 없습니다. 왔다갔다 하면서 가슴만 더 답답해 집니다. 돈 빌려달라고, 투자 좀 해달라고 전화하고, 사람들 만나보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제 주관은 확실하고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말하고, 당신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이니, 잘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어려움에 쳐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뭐라도 해보라고 충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대답을 가끔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 그런 상황에 쳐해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벌려놓고, 여러 직원들의 주급을 책임져야 하면서,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뛸 수도 없더군요. 아무도 모르게 할 수도 있겠으나, 공장에 급한 일이 있으면 밤이나, 새벽이나 그래도 제가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제 글을 혹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미국에 와서 빌딩 야간 청소도 해보았고, 야간에 콜택시 기사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 생활비를 못주면서도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 !" 라고 하소연 하시던 분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 ! 글을 쓰다가 할일이 생각났습니다.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얻은 노우하우와 시행착오들을 정리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미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나, 다른 사람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요.

달려가다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 처한 저는, 주저앉아서 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아무 것이라도 하며 움직이는 쪽을 선택하렵니다. 저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제 삶이 변화할 것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똑같이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 벌어서, 성공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일하는 것은 일용할 양식을 위한 것이고, 제가 움직이는 한 그것은 공급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기대하며 움직이려 합니다. 물론 저만이 가지는 독특한 기대입니다.

여건이 좋은 것 처럼 착각하거나, 여건이 안좋은 것 처럼 착각하거나... 어떨 때에라도 똑같이 감사하면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 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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