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요일

하나님이 사랑하심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대망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설교를 누구보다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잘 기억하고, 해석도 하고, 고등학교 때는 어른들의 속회 예배에서 인도자 역할도 하고, 학생 예배에서는 설교도 하고... 고등부 헌신예배 때는 고등학생이 주일저녁예배 설교를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설수록 편안했습니다. 고등부 교사를 할 때도 그랬고, 청년부를 혼자 맡아서 8년간 봉사할 때도 설교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설교준비를 못해온 날은 주일예배 주보를 한부 가져와서, 담임 목사님의 주일 예배 설교 제목과 구절을 가지고 즉석 설교를 하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설교 준비는 30분, 기도 준비는 하루, 특송 준비는 1주일 걸린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양로원에서 봉사를 하며 수요일 예배를 만들 때, 찬양인도 30분, 설교 30분으로 구성했는데, 살기에 아주 바빴으면서도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설교가 어렵지 않아서 였습니다. 아주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넘어가면서 언제부턴가 설교  준비에 점점 더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마흔 분 정도가 예배를 드리고, 온전한 정신으로 드리시는 분이 60% 정도 되는데, 이분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이 조금씩 힘들어 졌습니다. 아마도 눈이 나빠진 것도 이유가 될 겁니다. 설교 원고가 잘안보이니 준비를 더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만약 제 설교가 좋았다면 그것은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설교를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낀 겁니다. 제가 오늘 좋은 설교를 했다고 기분 좋아할 것이 아니라, "아! 오늘도 하나님이 이분들을 사랑하셔서 자신의 귀한 뜻을 전달해 주시는구나." 라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을 위해 저라는 도구를 쓰셔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시는 것이었습니다. 

설교의 내용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스케줄 대로라면 1년에 양로원에서 85번 정도의 설교를 하게 됩니다. 적지 않은 설교 횟수이다 보니, 이번 설교를 준비하면서 다음 번이나, 그 다음 번 설교를 위해 내용을 나누기도 하고, 좋은 주제가 떠오르면 다음을 위해서 아껴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번 설교가 마지막 설교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설교를 합니다. 

하나님이 이분들을 사랑하심을 느끼면서, 저도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습니다. "내가 왜 이 봉사를 하는가?" 시작할 때는 마침 제가 봉사할 곳을 잃었던 직후 였기 때문에,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달랐지만 선뜻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있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봉사를 하는 이유는 "이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비록 저는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안되고, 시간도 없지만, 자신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어떤 말씀도 이분들에게 사랑으로, 은혜로 열매 맺을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랑이 더욱 더 커져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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