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6일 월요일

교회 봉사에 관하여

제 평생 잊혀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제 삶속에서 봉사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해주신 순간입니다. 그 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교회 봉사란 과연 어떤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정도부터 교회 사찰 노릇을 한다고 할만큼 교회 일이라면 발벗고 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는 천호동 지역에선 가장 오래된 감리교회로 장년 5백명 정도 나오는 교회였습니다. 마침 사찰집사님이 연세있으신 여자 집사님이셨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살다시피했고, 사찰 집사님은 힘써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힘이 넘치던 시절이었고, 처음 사랑으로 가슴이 뜨거웠던 시절이었으니 힘쓰는 것은 제 몫이었습니다. 전기 스위치를 교체하다가 감전이 되기도 하고, 종탑 위에 올라가서 종을 고치다가 떨어질 뻔 하기도 했죠. 이때로부터 시작된 교회에서의 노가다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의 눈치 보지도 않고, 아무 불평, 불만 없이,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기쁨과 감사로 일합니다.

저는 몸집도 큰 편이고, 힘도 쎈 편이고, 체력도 좋은 편입니다. 어린 시절 이런 것들을 자랑했던 적도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깨닫게 되더군요. 제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수고하라고 하나님이 주신 것을요. 그래서 자랑하기 보다는 '내 팔자지!' 하며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저와 같이 일하는 것을 조금은 꺼려하십니다. 하지만 많이 일하는 저를 좋아하시는 분이 더 많으실 것으로 믿고 살고 있습니다.

"1998년의 어느 여름에 저는 당시 한국교회에서 붐이 일던 'Tres Dias' 라는 수련회 프로그램에 참가했었습니다. 한 이년 동안 제 친구가, 끊질기게 제가 그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권했습니다. 꽤 많은 수련회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저였기에, 제 친구의 권유에 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습니다. 너무 많은 거절을 했다고 느꼈던 어느 날, 저는 결국 참가를 약속하였고, 몇번을 미루다가 참가하였습니다.

강원도 화천, 산골짝에 있는 수양관으로 들어갔습니다. 3박4일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저는 사실 3일째 되는 날에 미국출장을 가기로 계획했고,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저를 픽업하러 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참가한다는 약속은 지키고, 도중에 적당히 빠져나가려고 한 것이었죠.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완벽하게 구성된 프로그램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봉사자들의 헌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힘들게 미국출장을 이틀 미루면서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내가 받은 봉사자들의 섬김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봉사자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그해 겨울에 봉사자로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겁도 없이, "어떤 자리가 가장 힘든 자리냐!" 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친구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설겆이가 가장 힘들지!"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설겆이를 맡았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경험 많은 봉사자들께서 처음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만류하셨지만, 결국은 제게 맡기셨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 120명, 봉사자 80명, 총 200명 분의 설겆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많은 양인지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첫 설겆이는 먼저 와서 준비하는 봉사자 오십분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할만했습니다. 저녁 때가 되어서 2백인 분의 그릇을 꺼내어 공급하는데, 여태까지 치루어보지 않았던 최대규모의 행사가 된 관계로 그릇이 부족했습니다. 총 1백오십명 정도를 치룰 수 있느 그릇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녁을 먹는 중간부터 최대 속도로 설겆이를 해서 오십명 분을 더 만들어 내야했습니다. 7시도 못되어서 시작한 저녁 설겆이를 자정을 넘어서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데, 봉사자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봉사자들 밤참 먹게 그릇을 꺼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1시부터 2시까지 평가를 하며 전체 봉사자 중에 약 오십분 정도가 밤참을 드셨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이 밤참을 드시는 순간에도 저는 설겆이를 해야 했습니다. 밤참 드신 설겆이까지 마쳤을 때, 시간을 새벽 4시를 넘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도 3시간 정도를 자고 새벽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일정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한시간도 못자고 새벽기도회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7시부터 다시 시작된 설겆이는 거의 밥먹을 시간도 갖지 못한 체,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설겆이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화 속의 양말에서 물이 찌꺽거릴 정도로 땀이 났습니다. 손과 발이 물에 불어 감각이 없어졌고, 손가락 마디 마디에 힘이 빠져서 그릇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쳤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저도 오기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써도 될 것 같은 그릇을 쓰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속에서는 화가 끓어 넘치는데,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썼습니다. 둘째 날은 그래도 전날 보다 1시간 일찍 끝난 관계로 2시간을 잘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과장이 너무 심하다고 말씀하실 지 모릅니다만, 과장 없는 실제이고, 저는 이 정도까지는 버틸 정도의 체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셋째날 아침에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몸이 뇌의 명령을 잘 안듣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온 몸 마디마디가 다 아팠습니다. 점심 먹은 설겆이를 할 때 쯤에는, 앉아있는 것도 힘이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가 일었습니다. 저녁 먹은 설겆이가 나왔습니다. 제 마음 속의 분노가 극에 달했습니다. "하나님!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입니까? 어떻게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나요?" 하나님은 아주 쉽게 대답하시더군요. "누가 너 더러 그일 해달라고 했느냐? 하기 싫으면 하지 말렴!" 저는 하나님께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거 안하면 어떻게 하라구요? 내일 아침에 전부 굶으라구요!" 하나님께선 또 쉽게 대답하였습니다. "너 안해도 할 사람 많아! 못믿겠으면 시험해 보던지?" 저는 "그래요. 그럼 한번 시험해보죠!" 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밤참 먹을 때, 사용할 그릇 만을 설겆이해 놓고, 모든 설겆이 거리를 몇개의 다라이에 넣고 잘 덮어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웠습니다. 밤참 먹은 설겆이까지 얹어놓은 후, 다른 봉사자들이 모두 취침하기를 기다려서 설겆이 거리들을 다시 확인한 후, 잠을 청했습니다. 결과가 궁금해서 당연히 잠을 이루지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었는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기상시간까지 조금 넘겨서 일어났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얼른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나무라는 사람이 있으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생각하며 도착했을 때, 여자 집사님 네분이 거의 설겆이를 마무리해 놓고 계셨습니다. 네 분 모두 저를 향해 정말 천사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셨습니다. "김 권사님! 너무 피곤하셨죠? 저희들이 좀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 상상치 못한 장면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저를 보시며 웃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당연한 결말이겠지만, 저는 하나님께 완전히 KO 당했습니다. "네가 하지 않아도 내 일을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

그 순간부터 그 분노의 설겆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세요? 그릇 하나 더 달라고 오시는 분이 너무 반가왔습니다. 오히려 접시나 공기를 들고 식사를 하는 Hall 로 나가서 덜어서 드시라고 하고, 새그릇으로 바꿔서 드시라고 하며... 설겆이 꺼리를 더 만들었습니다. 봉사는 의무가 아니라 권리였고, 상받을 기회였던 것입니다. 제게 일거리가 주어지는 것이 축복으로 여겨졌습니다.

Tres Dias 봉사를 열두번을 계속했습니다. 그 중에 주방장을 맡았던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설겆이 파트에서 봉사했습니다. 혼자해도 즐거웠고, 다른 분과 같이 해도 즐거웠습니다. 주로 혼자서 했지만 백오십명 이하의 설겆이는 웃으면서 할 수 있었습니다. 설겆이 하면서도 틈틈이 다른 봉사자들의 봉사현장에 가보기도 했습니다. 힘들어 하는 봉사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끔은 제가 전에 느꼈던 것과 유사한 분노를 느끼고 계시는 봉사자도이 눈에 띱니다. 저는 얼른 그분에게 다가가 치하하며 잠시라도 돕습니다. 그분의 마음이 풀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봅니다. 당시 제 안에 분노가 넘치는 것을 고참 봉사자들은 다 느낄 수 있었을텐데, 왜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스스로 답을 냅니다. "그것은 내게 정말 큰 선물이었다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봉사가 몸에 밴 사람이지만, 이후로 봉사가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주변에 봉사를 하시면서 힘들어 하시는 분이나, 자기만 힘들게 봉사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자기 의' 로 봉사하시는 분들이라고 하죠.  또 성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자기 의로 하시는 봉사나, 성격 때문에 하시는 봉사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여러분들이 그 한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그 한계로 밀어넣으실 때, 그 순간을, 그 기회를 잘 잡으시기 바랍니다.

교회 봉사를 상징하는 인물로 '마르다' 가 있죠? 저는 마리아 보다 마르다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엔 '마리아 과' 의 사람과 '마르다 과' 의 사람이 있습니다. 각기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좋아하는 일을 하기 마련입니다. 마르다 과의 사람은 마리아 처럼 하려면 부담스럽고, 마리아 과의 사람은 마르다 처럼 하려면 힘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어하는, 자기가 하는 일이 더 가치있는 일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어보십시요! "마르다야! 너나 마리아나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필요한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 못하는 일이다."

생각해 보십시요! 제일 억울한 것은 힘들게 봉사하고 책망받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절대로!! 봉사하시면서 불평하거나, 분노에 휩싸이지 마십시요!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하실 만큼 부족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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