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9일 화요일

고국의 안타까운 현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셨을줄 압니다. 저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각도의 안타까움이 더 했습니다. 배가 뒤짚어지고 가라앉을 때까지 모두가 구경만 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잠수부들이 배에 진입을 해서 시신을 수습하긴 했지만 배를 뒤짚어 본다든지, 배를 잘라본다든지, 의견들이 나왔지만 혹시 그 Air Pocket 에 누가 있을까봐?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유가족 한명 한명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서슬이 시퍼런 칼을 가진 네티즌이 무서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이 네티즌이 무서워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가 대학원 시절에 정책결정론이란 과목에서 몇분의 정부 고위 관료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저역시 반골기질이 넘쳐서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스마트한 관료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 지를 듣고, 그 과정들을 거쳐서 만들어 낸 정책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정책 입안자들과 정책을 이해해 주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한 5년 전쯤에 뉴욕 타임즈에 제 비지니스와 관련된 기사가 실려서 관심을 가지고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보건위생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지는 아실 겁니다. 뉴욕시에 미용실과 네일살롱을 조사했더니, 이 두 업종의 공기오염지수가  뉴욕시가 규제하는 기준의 50배를 넘었다는 것입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공기오염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뉴욕시가 어떻게 했을까요? 그들의 규제는 "미용실과 네일살롱 안에서는 음료수를 마실 때, 뚜껑이 있는 용기로만 마시게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는 벌금이 부과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사회문제로 비화하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국민을 다 죽이려 하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아 쳐먹었으면 그걸 눈감아주냐!" "미용실 전부 시설 개선해야 한다." 난리가 났을 겁니다. 자기가 다니던 미용실에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나올 겁니다. 만약 미용실이 시설을 개선해서 공기오염지수를 맞추려면 미용실 하나 꾸미는 데에 현재의 10배 이상이 들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기존 요금의 10배 이상을 내고 머리를 잘라야 할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미용실이 문을 닫아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구요.

여러분들은 70년대의 만원버스 시절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50명 정원에 150명 이상이 타고 등하교와 출퇴근을 했었죠. 문을 닫지 못하고 출발해서 문을 닫기 위해 곡예 운전을 했던 그시절에 왜 사고가 없었겠습니까? 요즘도 비행기들도 때에 따라선 과적을 하고 비행을 하곤 하더군요. 노선버스들이 적자여서 운영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 정부에서 정책자금을 지원합니다. 버스 차고를 지원하기도 하구요. 대중을 위한 교통이기에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텅텅 빈채로 차를 운행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정원을 초과해서 손님을 태우게 되죠. 이것이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현실입니다. '세모' 라는 회사를 옹호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근해를 운항하는 여객선들의 상황이 모두 비슷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만약 정책적으로 독점 운항을 하게 해 주어서 떼돈을 벌게 해 주었다거나, 관계자가 큰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었다고 하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고충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승객이 몰릴 때에도 정원 이내로 운항하기 위해 배와 인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아마도 승객들은 두배 이상의 요금을 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세모와 관계공무원이 문책을 받는 것도 당연하고, 정책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겠지만, 저는 이것 밖에 안되는 우리의 경제현실에 더 마음 아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누구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에 힘을 쓸 때가 아니라,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더 부강한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메고 한 맘으로 힘쓸 것을 다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칭찬에 인색한 국민이란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어떤 정책사안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에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던지는 돌이 어떤 사람을 그리고 그의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지 생각지 않을 겁니다. 또 아무런 근거 없는 자신의 글로 사회가 요동칠 수 있다는 것도 생각지 않을 겁니다. 심심해서, 아니면 우쭐하는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그들의 글이 남을 비난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남을 비판하고, 정책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된 인터넷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남을 이해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서로에게 힘을 주는 인터넷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나 정책에 대해서도 칭찬과 비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중요하지만,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들을 이렇게 교육하고 권장해야 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 시를 쓰고, 소설도 쓰고, 친구들에게 힘을 주는 글도 쓰는 그런 아이들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부모들이 모범을 보여야겠지요. 나부터, 우리 아이들로부터 시작해보죠 ! 세월호 사건이 주는 긍정적인 힘을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 이것이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랜 동안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잘 아는 부분도 아닌데,  두서 없이 써보았습니다. 저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공감해 주시는 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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