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일 월요일

에서의 축복과 야곱의 축복

양로원에서 성경공부 시간에 야곱의 축복에 대해 설명하다가 어떤 분께서 "야곱이 못된 것이 아니냐? 왜 못된 사람이 축복을 받느냐?" 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에서와 야곱, 둘 중에 누가 더 잘살았을까요?" 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설명에 조금 더 보충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씁니다.

에서는 건장하고, 사냥을 잘했죠? 이삭이 좋아한 아들이었습니다. 그의 성격은 급하고, 경솔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듯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최소한 자기중심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힘들게 사냥을 다녀와서 쓰러질 지경인데, 요셉이 팥죽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팥죽 한그릇을 달라고 하는데, 야곱은 주지 않습니다. 집안의 장자이고, 하나 밖에 없는 형이며, 가족을 위해 사냥을 해온 형이라면 동생이 끓이고 있는 팥죽을 먹을 충분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힘으로 밀어붙여 서라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야곱이 에서에게 장자의 명분을 자기에게 주면 팥죽을 주겠다고 했을 때, 에서는 처음에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쓰러질만큼 배가 고팠기 때문에 다시 팥죽을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끝내 거부하죠. 마침내 집요한 요셉에게 넘어가 결국은 팥죽 한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에서는 힘이 있으나, 폭력적이지 않고, 총명하지는 않으나, 도리와 원칙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이삭이 장자의 축복을 하기 위해, 에서를 사냥보냈고, 이때 리브가의 계책으로 야곱이 장자의 축복을 받게 됩니다. 이삭과 리브가는 이를 알게 된 에서가 분노하여 야곱을 죽일 것을 말릴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만큼의 힘이 에서에게는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을 멀리 하란으로 피난시켰겠죠? 그리고는 이삭과 리브가는 틈나는 대로 에서를 설득했을 것입니다. 에서는 부모의 권위를 따르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가나안 여인들과 결혼한 것을 이삭이 마땅치 않게 여기자, 삼촌인 이스마엘의 딸을 아내로 맞아하기도 합니다. 20년 만에 만난 동생 야곱을 사백인의 장정과 함께 나가서 반갑게 맞아준 것도 부모님의 의지를 따라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어떻게 보면, 야곱은 에서를 경쟁상대로 만 생각했던 것 같고, 에서는 야곱에게 가족으로서의 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장자의 축복을 빼았긴 것에 대해 어떤 보복도 하지 않고 부모를 공경합니다. 아비 이삭의 장례도 두 아들이 함께 모셨습니다.

이후 에서는 세일이라는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큰 민족을 이룹니다. 에서를 조상으로 하는 에돔민족은 이스라엘과 아주 가까이서 관계하며 성장합니다. 성서에 나타난 첫번째 관계는 모세가 출애굽했을 때 이루어 집니다. 바란 광야에서 모세는 에돔지경을 통과해서 가나안으로 가게 해달라고 에돔왕에게 요청을 합니다. 에돔왕은 이 요청을 거절합니다. 사십년간의 광야생활은 하나님의 뜻인데, 이스라엘은 이것이 에돔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에돔과 이스라엘의 두번째 관계는 다윗왕이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 일어납니다.다윗이 블레셋, 모압, 암몬을 점령할 때, 에돔까지 같이 점령을 합니다. 솔로몬 왕때까지 에돔은 이스라엘의 식민지로 있게 됩니다. 두 민족의 적대감은 한층 심화된 상태에서 BC 586 년에 바벨론이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세번째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에돔은 오히려 바벨론에 협조하여 도망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쳐죽이고, 잡아서 팔아넘깁니다. 이후 유다지역, 특히 남부지역에는 에돔인들이 들어와 섞여 삶니다.

BC 125 년 요한 힐카누스는 에돔인들을 유다민족과 통합시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두 민족이 통합되어 있는 이 지역을 에돔인 안티파터에게 맡겨 통치하게 합니다. 쥴리어스 씨저는 안티파터 2세를 유다 총독으로 임명하고, 이후로 안티파터 2세의 아들이 헤롯대왕이 되고, 또 헤롯대왕의 아들이 분봉왕 헤롯이 되고, 헤롯 아그립바 1세와 헤롯 아그립바 2세에 이르기 까지 6대에 걸쳐 유다지역을 다스립니다. 에돔민족과 유다민족이 섞여서 살면서, 그들을 다스리는 총독이나 왕은 에돔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창25:23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작은 자를 섬기리라 하셨더라." 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에서가 어떻게 살았을까요? 세명의 부인으로부터 여러 명의 아들을 낳습니다. 그 자손들이 에서의 생전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사는 전혀 볼 수 없습니다. 그의 손자대에서 부터 각 족속을 이루어 살아가고, 결국은 나라를 이룰 만큼 발전합니다.

반면 야곱은 어떻게 살았나요? 집에서 도망쳐나와 외삼촌의 집에가서 20년을 전쟁하듯이 삶니다. 외삼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자, 도망치려는데, 하나님이 고향으로 돌아가라 하십니다. 얼마나 불안하게 브엘세바로 갑니까? 얍복나루에서 하나님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했고, 겨우 에서와 화해한 후에도 부인들과 자식들의 갈등 속에 삶니다. 사랑하는 부인 라헬을 산고로 잃기도 합니다. 가장 아끼는 자식 요셉을 잃고, 약 22년간 슬피 울며 살아갑니다. 결국 꿈에 그러던 요셉을 보게 되고, 모든 자식들의 품에서 삶을 마치지만, 그의 삶이 뭐 그렇게 행복한 삶이었겠습니까? 성경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창 47:9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길의 세월이 백삼십년이나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에서의 자손들과 야곱의 자손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것이 에서와 야곱에게 중요한 일일까요 ? 사실 우리가 영향을 미칠 부분은 자손 3대면 족합니다. 그러기에 에서는 축복의 삶을 살았을 것으로 봅니다. 어쩌면 야곱보다 더.

그리고 공의의 하나님이 계시기에, 누구도 불공정한 일을 당하지 않음을 확신하시는 것이 우리 삶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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