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제 꿈은 이제부터

한국 나이로 쉬흔셋이 되었더군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잘하면 중늙은이 소릴 들을 수 있는 나이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 가훈 셋이 있는데, 그 중에 '大器晩成' 과 '走馬加鞭' 은 저희 선친께서 주신 가훈이고, 세번째는 제 삶의 좌우명인 '정직' 입니다. 저의 정직은 남을 속이지 않는 정직 보다는, 저자신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정직입니다. 제 좌우명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기로 하고, 신년을 맞아 이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가훈은 '대기만성' 입니다.

여러분이 잘아시는 바와 같이,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뜻이죠. 저는 제 자식들에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최소한 50대에 들어서야 이룰 수 있는 꿈과 목표를 세워야 한다." 고 말입니다. 20대에 완성되는 인생이란 그릇이 큰 그릇일 수 없고, 30대에 완성되는 그릇도 큰 그릇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소한 50대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뜻을 세우고, 30여년 이상을 노력하여 만들어지는 그릇이 진정한 인생의 그릇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쉬흔셋이 되었음에도, 꿈의 근처에 가지도 못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얼떨결에 미국에 오게된 지 5년이 지나면서, 저는 "내가 미국에 왜 오게되었을까? 미국에서 무엇을 이루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제 아들과 딸에게 약속했습니다. 너희들에게 쉬흔살에 이룰 목표를 세우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래서 아빠는 칠십살에 이룰 목표를 세웠다고 말입니다. 현재의 제 자신을 바라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 동안의 제 삶은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갈 마음의 준비를 한 세월이라고 가치를 부여해 봅니다. 이렇게 시작하려는 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땅에 기초를 파야하는데, 삽하나 없이 맨손으로 땅을 파기시작하는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그냥 파려고 합니다.

작년에 저는 묘한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실제와는 관계 없이, 제 스스로 만들어서 느낀 교훈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욕하시는 이명박이란 사람을 통해서 입니다. 저는 이명박이란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인정하기는 합니다. 이명박이란 사람은 워낙 유명하기도 했지만, 제가 서른살 쯤에 우연히 가입하게 된 어떤 모임의 회장이었습니다. 회원의 수가 이백명 정도 되는 모임이었는데, 일년에 두세번 쯤 모이는 모임이었고, 저는 거의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할 사람이었으니, 그 유명하신 분이 기억할 리는 없겠죠. 그 모임에서의 타이틀은 저도 상임이사라고 달고 있었으니, 얼굴을 내밀려면 내밀 수도 있었을 겁니다. 현대건설을 키웠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전설적 업적 뿐 아니라, 모임에서 말한마디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대단한 정도를 훨씬 넘었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이 있는지 저는 묘하게도 그사람의 쓸쓸한 뒷모습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안스럽고 처량해 보여서 말을 건네야 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저는 힌국정치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오랜동안 정치가 꿈이었고,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일전에는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을 많이 접해보기도 했었는데, 근 15년 전부터는 정치에는 귀를 틀어막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2년 전에 한국에서 한 선배가 다녀갔는데, 오는 날부터 이명박의 욕을 하기 시작해서, 가는 날까지 했다고 할 정도로 비난을 해댔습니다. 그 선배의 말을 통해서, 이명박의 4대강 운하사업과 수중보의 실체 등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는 이명박이란 사람은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포기할 사람이 아닌데, 병신같이 대통령이 되더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구만 하고 말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게 오히려 4대강 운하를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이명박을 내심으로 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문득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습니다. 이명박은 자기가 주장하던 4대강 운하를 만들었구나! 하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대통령이기 때문에, 자신이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자신은 4대강 운하라는 대역사를 이루지 않았지만, 후대에 누구라도, 4대강 운하가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인물이 나오면, 그 사람을 통해서 4대강 운하라는 대역사는 쉽게 이루어질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런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명박은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하며 삶을 마치겠지만요. 저는 이명박에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호칭이 에매해서 욕먹더라도 제가 평소에 부르던 대로 씁니다.)

참 묘한 일이죠? 많은 사람들이 "죽일 놈!" 이라고 욕할만한 짓을 했는데, 저는 그 한짓을 가지고 칭찬하고, 감동을 받으니 말입니다. 저도 제가 일흔살에 이루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할 확률이 너무 많습니다. 남들이 반대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 여건과 능력이 되지 못해서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성급하게 열매를 거두려고 하지 않고, 탄탄하게 기초를 놓는 일에 더 신경을 쓸 것입니다. 제 뒤에 누군가가 더 큰 집을 지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제 꿈에 대해 들어보신 제 가까이에 계신 분들은 한결 같이 말들 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이죠. 그러니 제가 이제부터라도 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오십년 동안 노력해도 될까말까 꿈을 쉬흔셋에 시작하려 합니다. 그런데 너무 마음이 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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