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3일 수요일

누구에게나 결단의 때가 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 이야기 입니다. 26년을 사역하신 목사님 후임으로 온 목사로 인해 야기된 이야기 입니다. 물론 제 관점에서 본 것이므로 편향될 수 있음을 감안하시면 좋겠습니다. 후임으로 온 목사는 오자마자 교회에서 봉사를 열심히 하던 성도들과 불협화음이 일었습니다. 또 거의 모든 유급 목회자와도 불화가 있었습니다. 정도를 벗어난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사역자를 교체했습니다. 부목사 두명을 포함해 열명이 훨씬 넘는 유급 목회자 중에 유쓰그룹에서 Sub 로 있던 영어권 전도사 한명을 제외하고 모든 목회자를 해고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과 불협화음을 내는 성도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기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고, 은혜스럽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후임 목사는 이 교회에 뼈를 묻겠다고 강단에서 여러차례 선언하며, 죽기살기로 나왔고, 이 싸움을 피한 사람들은 오히려 평신도들이었습니다.

저는 목회자들 앞에서도 입바른 소리를 꽤 했던 편이었고, 싸움의 기술에 비교적 익숙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김권사가 나서서 싸워주겠지!" 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먼저 교회를 떠났습니다. 후임 목사는 장로님 열분 정도가 모인 자리에 저를 불러서 "김권사를 출교하지않으면, 자신은 절대로 이교회에서 목회할 수 없으니, 장로님들께서 김권사의 출교를 결정해 주십쇼!" 라고 요청했지만, 장로님들은 목사와 제가 각기 한발씩 물러서서 화합할 것만을 결의했고, 저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고, 오히려 목사가 한발 물러난 상태에서 중재가 이루어졌었습니다. 그런데 두주가 채 지나지 않아서, 제가 그 주일에 교회에 가서 늘 하던 봉사를 하려면, 연로하신 몇몇 분과 몸싸움을 할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후임 목사가 그분들에게 제가 하던 봉사를 하지 못하게 막으라고한 것입니다. 내일 있을 소요를 그려보다가, 토요일 저녁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비겁하다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 뻔하지만, 떠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은헤롭다라고. 저는 가까운 분들에게 이메일을 쓰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제가 떠나고 오히려 싸움은 극렬해졌고, 1년 사이에 2백명 이상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싸우다가 내몰린 사람, 싸을만큼 싸우고 몸을 뺀 사람, 꼴보기 싫어서 떠난 사람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들 중 60명 정도가 모여서 새로운 교회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교회를 떠난 이 2백여명이 처음 결단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백여명이 떠날 때까지 아뭇소리 하지 않거나, 후임 목사를 지지하는 입장에 서있다가, 지나면서 목사에게 크게 실망을 느꼈거나, 목사로부터 배척된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혼란과 소요 속에서 마음 고생하다가, 발을 완전히 뺀 상태에서 아주 기본적인 출석만 하는 그룹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그룹들은 구심점이 있지는 않으나, 후임 목사나 그 측근들과 대립하며 지속적인 갈등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후임목사와 새로운 갈등관계를 유지하게 된 이 그룹을 두번째로 결단한 그룹으로 보려고 합니다. 외관상으로는 후임목사가 모든 것을 장악한 것 같았으나, 워낙 많은 무리수를 두었고, 계속적으로 비리와 비행이 드러날 것이 너무 확실하기에 싸움이 끝날 리는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목사가 성도를 고소한 재판이 진행중이었습니다.

새로운 국면이 발생했습니다. 성도를 고소한 소송에서 후임 목사가 패소했고, 교단본부에서 일할 때 저지른 비리가 밝혀져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부임한지 2년6개월 만에 교단으로부터 해직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교단과의 딜을 통해서 본인이 사표를 내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해직임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습니다.후임 목사는 교회를 장악하기 위해, 인선위원회와 목회위원회라는 조직을 자기의 사람들로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퇴직금도 마음 놓고 받아가더군요. 교회는 헌금이 줄어서, 모게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목회위원회는 자기 돈이 아니니, 2년6개월 일한 목사에게 12만불을 퇴직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원래 규정은 1년에 1개월 분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1만3천불 정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인데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26년간 사역하여 교회를 성장시킨 목사님보다, 2년6개월 사역하여 교회를 망가트린 목사가 더 많은 퇴직금을 받아가게 된 것입니다. 또, 후임목사는 교회를 떠나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자기 사람들로 포진된 목회위원회가 교단의 파송을 끝까지 거부하여 결국은 자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교회가 더 시끄러워질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결단을 해야 할 그룹이 남아있습니다. 후임목사가 비리와 비행을 저지르고, 교인들을 쫒아내고, 고소하는 그 기간 동안 묵묵히 직분을 맡아서 봉사한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목사의 편에서서, 목사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동거동락했다고 할 수 있는 친한 교인들이었는데, 첫번째 그룹이 목사의 잘못을 지적하며 싸우다가, 목사에게 밀려나갈 때, 외면하거나, 목사의 편에서서 친구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그들이 교회가 망가지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 옵니다. 저는 그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들이 결단할 때입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첫번재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아름다운 교회를 떠났지만, 지금은 떠난 사람들과 함께 더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좀 더 빨리 결단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늦게라도 결단해서 후임목사와, 그 측근과 대립하며, 상처를 받고, 뒤로 나앉아있는 두번째 그룹과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세번째 그룹은 결코 떠날 수 없는 그 교회에서 자신도 지켜야 하고, 교회도 지켜야 하는 어려운 시간을 겪을 것으로 보여집니다.물론 아직도 후임목사의 측근임을 자처하며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의 자리를 지키려는 안타까운 그룹도 있습니다.그들에게도 결단해야 할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가 느껴집니다.

이제 결단하시라고 말하면서, 저는 기드온의 용사들이 생각났습니다. '굽히지 않는 용사, 굽히지 않는 결단' 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룹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목사를 지키려고 싸우는 노력을, 예수님을 따르는 데에 쓸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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