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굉장히 빨리 운전을 하고 다녔습니다. 누구보다도 급하게 하고 다녔었습니다. 어쩌다 제게 차를 빌려주게 되는 경우에 사람들은 "내 차는 최고속도가 얼나마 나와?" 하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대구 톨게이트에서 서초 인터체인지까지 중간에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고도 2시간에 온적이 있고, 전주서부터는 1시간 30분이면 넉넉히 오곤 했습니다. 차들이 그다지 성능이 좋지 않던 시절에도 가끔 시속 200km 를 넘게 운전하곤 했습니다. 가끔 밤늦게 인천 쪽을 다녀오게 되면 그 무섭다는 총알택시들을 추월하면서, 그들을 놀려가며 운전하기도 했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고속도로에서 저를 추월해간 차가 3대 밖에 없다고 확실히 기억할 정도로 미친 운전을 하고 다녔습니다.
어느날 친한 선배 한분이 제게 심각하게 경고하셨던 적도 있습니다. 자기 주변에 운전을 카레이스 처럼 하는 사람이 셋 있는데, 그중에 두명은 차사고로 이미 죽었고, 저 혼자만 남았으니 정말 조심하라고 말입니다. 제 와이프는 제게 혹시 당신이 운전하다가 죽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대부분 "운전을 그렇게 하고 다니더니 그럴줄 알았다!" 고 할 것이니, 특별히 더 조심하라고 항상 말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제가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조금 빨리 가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고, 그러기에 운전하면서 새치기는 하지 않았었습니다. 차를 추월할 경우에도 제가 추월한 차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뒷차 보다는 앞차에 바짝붙여서 제가 리스크를 안는 방식으로 추월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빨리 가면서도 양심적이고, 매너도 있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30대 중반의 어느 날, 정확히 36살의 어느 날 , 십계명의 도둑질하지 말라! 라는 구절을 가지고 청년들에게 설교를 하려고 준비하던 중에, 운전하면서 새치기를 하면, 그 새치기로 인해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사람들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남보다 빨리 간다는 것도 결국은 남의 시간을 도둑질한 것이다 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빨리 운전한 나는 남들의 시간을 엄청나게 도둑질한 죄를 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빨리 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천천히 달린다는 것은 제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신을 바짝차리고, 규정속도를 생각하며 운전했고, 빨리 달리는 차들에게 길을 비켜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잠깐만 다른 생각을 하거나, 전화통화를 한다든지 하면 여지 없이 빨리 달리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10 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가끔은 속도가 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경찰이 앞에 있어도 놀라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속도로 달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빨리 달리며 남의 시간을 도둑질하던 10 년 정도의 시간 동안 2 년에 한번 꼴로 여지 없이 사고가 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내가 빨리 달리며 절약했다고 생각한 시간의 두배 쯤을 사고로 쓰게 하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두배’ 라는 공식이 자주 떠오르곤 합니다. 여러분이 알던 모르던 남에게 피해를 주면, 여러분은 두배로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돌아올 것을 생각지 않고, 남을 위해 복을 빌면, 여러분이 빌어준 축복을 두배로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베푼 사랑도 두배로 돌려받게 됩니다. 단, 돌려받을 것을 마음 속에 두고 베푼 사랑이나, 남들에게 보이려고 베푼 사랑은 이 공식에선 제외됩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나에게 돌려줄 것이 전혀 없는 힘없는 사람, 약한 사람을 위해서 시간을 쏟으십시요! 그것이 하나님이 바라는 사랑입니다.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운전하면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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