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0일 토요일

어려운 가운데 느낀 행복

2009년3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쓴 글입니다. 1년 만에 올리는데, 지금은 상황이 또 조금 바뀌었지만 올립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어려워 하십니다.
그래서 저도 기분 좋게 같이 어려워 합니다. 핑계가 좋지요?
경제적인 면을 보면, 주변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5% 정도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10 여개의 크레딧 카드가 모두 정지되었고, 렌트비 내는 곳이 5군데 인데, 그중 두군데는 3개월, 4개월 밀렸습니다. 유틸리티도 끊는다고 위협해도 대책을 세우지 못하다가, 끊기고 나면 어떻게 어떻게 하여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교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환으로 쌀을 걷고 있는데, 담당자가 저희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랍니다. 괜찮으시면 쌀 몇 봉투 드리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거의 걱정을 안하고, 와이프도 전보다 훨씬 걱정을 덜 합니다. 누구에게 돈을 빌릴 생각도 해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허락해 주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면 거둘 수 있게 해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집사람도 열심히 벌고 있고, 저도 꽤나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습니다. 크레딧 카드가 없는데다가, 캐쉬를 벌 일도 많지 않아, 장을 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기에 제가 열심히 세일즈해서 가끔 받게 도는 캐쉬를 집사람에게 주어야 장을 보는데, 이것이 꽤 즐거움이 됩니다. 20불을 줄 때도 있고, 50불을 줄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뭐 사겠다고 하면, 크레딧 카드가 없으니 당연히 사주지 못하죠. 아들에게 엄마와 아빠에게 돈이 없으니 당분간 절약해야 한다고 말할 때, 왠지 당당해 지는 것은 왜일까요?
바로 하나님이 우리 아이를 교육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경제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힘들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부모에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제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려운 상황이 되니 아무런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제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나, 교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하시는 분들과 함께 있으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에 마음이 열리곤 합니다. 이 역시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깨우는 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아이를 깨우는 일은 정말 즐겁고 보람있는 일입니다. 이 일에 기쁨을 느끼게 된지가 5년 정도 되는데, 이제 한 4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아 벌써 서운한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아이를 잘 깨우기 위해서 가끔은 화난 척하는 연기를 합니다. 오늘은 어떤 말을 먼저 꺼내서 아이를 긴장시킬까? 어제 너무 늦게 잤는데, 한 10분 더 자게 해주고, 그다음에 막 러쉬할까? 많이 늦은 것처럼 막 급한 말투로 깨우기 시작할까? 아주 가끔은 아들! 일어나야지! 하는 한마디에 아이가 일어납니다. 그러면 오히려 제가 리듬이 깨져서 허둥대게 되지요. 제 친구가 아니었으면 저도 지금 쯤 아이들 깨우는 일에 정말 화가 나고 마음 상해 있을지 모릅니다. 아이랑 여러번 싸웠을 수도 있구요. 아이를 깨우는 일이 정말 큰 즐거움이 되게 해준 친구에게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아침 먹고, 집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나와서 운전을 하고 회사로 가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출근길에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사고의 현장을 매일 지나게 되지만, 그 정도가 제 하루에 대한 기쁨과 감사를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사고의 현장이란 작년에 고급 네일살롱을 만들어 보려고 있는 돈에다가 크레딧 카드까지 완전히 쏟아붓고 결국 은행 론이 나오지 않아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포기한, 지금도 매달 6천불이나 되는 렌트가 빚으로 제게 쌓이고 있는 중단된 네일 살롱을 말합니다. 유틸리티 조차 제 이름으로 쌓이고 있습니다. 아니 제 집사람 이름으로 쌓이고 있지요. 대부분의 경우 남들은 부부 중 한사람의 크레딧은 지키는데, 저는 그러지도 못하고 둘다 망가졌지요. 렌트를 옮기거나, 차를 바꿀 때에 꽤 어려움에 봉착하겠지요.
하지만 제 결론은 항상 같습니다. 오늘 이 순간이 제 삶의 최고의 순간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하며, 하나님이 아버지 되심을 느끼며, 아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내 가족에게 전하고 있고, 이웃에게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합니다. 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경제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이웃을 사랑하는 향기를 풍길 수 있기를… 제가 누리는 이 행복과 기쁨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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