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1일 수요일

(교) 삼위일체에 대하여

잘 아는 어떤 권사님이 제게 어떤 팜플렛을 보여주시며, 삼위일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하셨습니다. 제 생각을 짧게 이야기 하다가, 아니 이럴 것이 아니라, 조금 정리해 본 후에 대화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삼위일체’ 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펜 가는대로, 빠르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삼위 일체’ 는 우선 문자적으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하나’이다. 라는 것과 ‘한 몸’ 이다. 라는 것은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Trinity 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의 가장 큰 지적 중의 하나가 흔히 말하는 ‘양태론’ 즉 ‘한 몸의 다른 모습’ 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분명히 다른 ‘개체’ 이다. 단지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것이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고,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고, 같은 일을 하신다고 보는 것이 좋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태초 이전부터 항상 함께 계셨고, 성령으로 천지의 창조와 인간의 창조를 마무리하셨다. 우리는 성령을 통해서 하나님을 느낄 수 있고, 이땅에 오셨던 예수님의 모습과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 수 있다.

예수님과 하나님이 왜 다른 개체인가? 는 쉽게 알 수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고, 하나님은 예수님을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부르신다. 이땅에 자신의 분신을 보내고, 다시 거두어들이신 것이 아니라, 태초 이전부터 항상 함께 계셨던 자신의 독생자를 이땅에 보내셔서, 계획을 이루시고 지금도 부자간의 모습으로 관계로 함께 계시는 것이다. 예수님은 심판날이 언제냐는 제자들의 질문에 그때와 그날은 오직 아버지만 아시고, 자신도 모르신다고 말씀하셨다. 모습 뿐만이 아니라, 하시는 일과 능력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이 삼위를 구별 없이 부르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하나’ 이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을 하나님 대하듯 해도 되고, 성령님을 하나님 대하듯 해도 된다. 꼭 하나님께 할 이야기와 예수님께 할 이야기가 구별이 있는 경우는 구별해도 좋지만, 구별하지 않아도 기분 나빠하지 않으실 것이고, 차이가 없을 것이다.

삼위일체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우리는 왜 기독교가 ‘삼위가 하나’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피를 흘리며 싸워야 했을까? 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내 생각에는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 일 것이다. 미리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논리는 반기독교도들의 비난에 대항하는 논리이지, 우리 크리스챤끼리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알고, 우리는 누가 어떤 말로 주장해도 크게 동요할 것도, 바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첫째, 하나님의 형상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모습을 알 수 없다. 성령을 통해서 역사하시기 때문에, 이 성령을 하나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나님은 아무 것도 하시지 않는 것이고, 결국은 죽은 하나님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성령을 하나님이라고 해야 한다.

둘째, 예수를 믿는 종교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그냥 위대한 성인이나 위대한 선지자 중의 하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실존 인물인 예수님을 섬기는 것은 매우 한계가 있는 일이다. 불교가 석가모니를 섬기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과거에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기적과, 귀한 교훈 만으로는 종교가 되기에는 너무 한계가 있다. 또 위대한 한 인물이 십자가에 죽었으면 죽은 것이지, 그로 인해 온 인류만민의 죄가 없어질 수 없다. 예수님의 죽음이 하나님 자신의 죽음 이어야 그 죽음으로 죄를 도말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하나님은 나 외에 다른 신을 만들지도 섬기지도 말라고 하신 ‘유일신’ 이신데, 예수님도 신이고, 성령님도 신이냐? 그러면 너희는 ‘세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냐? 고 하니, 셋이 아니라 ‘하나’ 이다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삼위가 하나라고 하지 않으면 우리의 구원도, 우리의 기도도, 역사도 모두가 의미를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독생자임을, 성령님이 하나님의 영임을, 알면 된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크리스챤이다. ‘일체’ 인지? 아닌지? 고민하고 있을 필요도 없고, 그것으로 싸울 필요도 없다. 삼위가 어떻게 일체냐고 따지고 드는 사람에게 궁색하게, 겁먹으며 대답할 필요도 없다. 삼위는 분명히 별개인데, 우리에게 나타나실 때나, 우리가 기도할 때나 하나로 대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쉽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 가 우리끼리는 전혀 논의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체’ 라고 주장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 기독교의 근거를 없이하려는 사람들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Trinity’ 를 가지고, 아니 그것 보다도 훨씬 애메하게 만들어진 단어인 ‘삼위 일체’ 를 가지고 묻고 대답하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바라기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다시는 “삼위가 왜 일체일까?” 라고 궁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삼위가 일체라고 주장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실 저는 ‘성령님’ 이란 단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성령의 자율성, 인격성에 대해서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예수님, 하다 보니까, 설명하기 싫어서 ‘성령님’ 이라고 썼습니다.

댓글 없음: